경기불황 여파와 신종플루로 인해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인근 서점이나 영화관 등에서 알뜰휴가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미술사학자 고종희 교수(한양여대 조형일러스트레이션과)의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한길사/1만7000원/360쪽)는 글과 사진만으로도 질 높고 알뜰하게 교회미술의 뿌리로 인도한다.
고 교수는 책을 통해 로마, 피렌체, 밀라노 등 잘 알려진 도시부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 빈치, 로마제국의 마지막 수도이자 중세 최초의 교회가 세워진 라벤나와 같은 작은 도시 등 이탈리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시시를 가면 당연히 성 프란치스코의 유해를 보고 오잖아요.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작품들이 유명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미술사학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1982년부터 11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한 고 교수는 귀국 후에도 개인적으로 혹은 단체를 인솔해서 매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이 책에는 여행을 위해 준비한 자료와 경험들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일반 여행정보 책과는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가 남다르다.
간단하게라도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할뿐 아니라 비화까지 담아내고 있어 유익한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한다. 꼭 이탈리아를 가지 않더라도 그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
“여행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이 때문에 책이라는 매체로 미리 경험하고 언젠가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많은 문화유산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의 매력은 각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지금까지도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1800년대 통일되기 전까지 지방분권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지방색이 발전, 유지될 수 있었죠. 어떤 도시에 가면 그 도시가 탄생시킨 최고의 예술가 작품을 접하면서 그 도시만의 색을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도시 중에서도 그는 피렌체를 꼽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다 만나 볼 수 있는 피렌체 중에서도 베르사유궁의 원조인 피티궁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추천한다.
“피티궁은 도시계획과 조경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궁이에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와 더불어서 라파엘로와 티치아노의 작품들도 볼 수 있어요. 이곳만 가더라도 잘 보고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게다가 이탈리아의 미술사를 통해서 교회사까지 알 수 있으니 신자들에게는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고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도 최근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며 “신부님들을 비롯해 교회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함께 이탈리아처럼 그 작품들을 잘 보수,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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