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체의학으로 식물을 이용한 아로마테라피가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 가장 많이 활용됐습니다.”
대구대학교에서 ‘아로마테라피’(방향 요법) 강의를 맡고 있는 원예학과 김민(바오로·58·대구대교구 포항 이동본당) 교수. 김 교수가 5년 전부터 개설해 온 이 수업은 ‘웰빙’ 강의라는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수강생이 늘더니, 지난 학기에는 1200여 명의 학생이 몰려 5개 반으로 나눠 강의하는 등 유례없는 호응을 얻었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농업방식을 따르면 우리 몸에 가장 훌륭한 유기농 식품으로 자란다는 것이 김 교수의 학설이다. 하느님 창조질서에 거스르는 유전자 조작 변형 식품(GMO) 등 경제논리에 의해 키운 먹을거리가 만병의 근원이며,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 이 때문에 김 교수의 강의 소재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성경 속 일화들이다. 최후의 만찬 때 먹었던 음식들, 아담과 하와가 따먹은 선악과 이야기 등 성경 속 식물들을 이야기하며 당시 농업방식을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생명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치 당시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느님의 창조물인 식물을 이해하면 학생들은 제 강의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간접 선교인 셈이죠. 이것이 신자로서, 또 생명공학자로서 갖는 제 사명이 아닐까요?”
사실 김 교수의 가문은 순교자였던 증조부 때부터 대대로 복음을 전하며 살아왔다. 부친 고 김달호(플로리아노) 옹은 김수환 추기경이 가톨릭신문사 사장 신부 재직시절 논설위원으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어린 김 교수에게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권유했고, 숙조부인 고 김영제 신부(부산교구), 숙부 고 김두호 몬시뇰(마산교구)과 고모 고 김명순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사제 대신 학자의 길을 택했지만, 김 교수는 학생들이 하느님을 통해 삶의 기준을 확립하고 진리와 사랑 안에서 살아가도록 이끄는 신앙적 사명감으로 강의에 임한다.
“자신의 의지대로가 아닌, 남이 시키는 대로 사는 요즘 젊은이들의 방황을 ‘네비게이션 신드롬’으로 설명할 수 있겠죠. 경쟁사회 속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제 강의가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로마테라피’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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