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태 신부(전 수원가톨릭대 총장) 은퇴미사 강론
어쩌면 그렇게도 복음 속의 주님의 모습, ‘권위 있게 봉사하시는 모습’을 빼어 닮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권위 없는 봉사란 굴종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봉사를 전제로 하지 않는 권위란 세상의 지배자들이 추구하는 모습이건만 신부님은 주님처럼 권위 있게 가르치시고 행동하시며 봉사하는 모습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한상호 마르코 신부님은 사제로서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호주 멜본 대학과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10여 년간 수학하시는 과정에서도 유학생들과 교민들을 위한 봉사의 삶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시고 귀국, 서둔동본당 주임신부로 재직하시면서 수원 대신학교 출강을 시작하셨고, 꼭 1년만인 1987년 초에 신학교로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저는 신부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신학생들은 물론 학교의 선후배 신부들을 위한 배려와 조언, 따뜻한 말씀과 행동 등 참 좋으신 분, 멋있는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학생처장 교무처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사제양성과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지만 역시 그 결정판은 총장직 수행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신 홀로 6개월간 고민하고 숙고하시다가 이듬해 들고 나오신 것이 ‘못자리 2000년 프로젝트’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것을 송두리째 뒤집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 보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신학교를, 신학생 선발에서부터 양성을 위한 인성교육, 지성교육, 영성교육, 이를 통한 사목자 양성의 자랑스러운 터전으로 변모시켜 나가자는 의도에서였습니다.
분야별로 팀이 구성되고 한 학기 내내 거의 매주 준비모임을 가지기 시작했고, 방학 때는 한 주간을 잡아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회의를 거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계획할 수도 추진할 수도 없었던 일을 신부님은 뚝심으로 밀어붙이셨고, 그렇게 2년의 작업을 거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전면 개편한 교과과정, 비로소 성문화한 신학교 생활 내규 등은 지금까지 신학교 발전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신부님의 창의력과 추진력에 이 자리를 빌려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이후 화서동과 분당요한본당에서의 사목생활, 그 밖에 수원교구 ME, 의사회, 노인대학 연합회 등을 지도하시면서 신부님의 봉사자로서의 모습은 남다르셨습니다. 신부님을 한번이라도 만난 일이 있는 교우분들의 평가는 대동소이합니다. 우선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남을 편하게 해 준다는 것, 전 그게 사랑이라고 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건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사랑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참으로 말씀도 편하고 쉽게 하십니다. 그런데 그 내용도 무척 좋습니다. 말씀이 듣기 편하고 좋다는 것은 온몸으로 그렇게 살고 계시다는 증거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편하게 듣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나아가 신부님을 가까이서 모신 대다수의 교우분들이 신부님을 ‘젠틀맨’이라고 평가할 때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솟구치는 것을 꾹꾹 참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우리 수원교구에 신부님 같은 훌륭한 분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사제단을 위해서나 신자들을 위해서 영광스럽고 고마울 데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틈만 나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하느님과 교우 분들로부터 그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으니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 조금이라도 되갚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어?”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신부님은 35년 사제생활보다 더욱 알차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가시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머나먼 검은 대륙 잠비아로 떠나신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섭섭하기 그지없지만 이 마음 앞으로 기도와 성원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신부님, 잠비아에서 돌아오셔서 저희 사제단과 신자들을 위해서도 권위 있게 봉사해 주시기를 청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시는 신부님의 인생, 마음껏 펼치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신부님. 새 인생의 출발점인 오늘의 은퇴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신부님…. 사랑합니다.
한상호 신부 은퇴식 답사
오늘 은퇴미사를 하면서, 여기 모이신 분들과 함께 세 가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제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성모님의 도우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해 주신 부모님과 친인척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교님과 사제단, 수도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본당 사제로서 살아가는 것이 그토록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신 모든 평신도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10여년 이상 몸담았던 신학교 생활 가운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제가 되신 분들과 신학교를 떠난 모든 분들께도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두 번째로, 용서와 자비를 청합니다. 지난 35년 사제생활은 행복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하느님의 일꾼으로 살아왔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정말 죄송할 뿐입니다.
세 번째로, 기도를 청합니다. 그동안 안락한 사제생활을 해 왔습니다. 이웃과 함께하는 진정한 사제의 길에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면 참 한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앞으로 남은 사제 생활 동안에는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로 갑니다. 걱정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건강을 허락하시는 동안에는 늘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오늘 미사를 은퇴미사가 아니라 아프리카 선교를 위한 파견미사로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아는 모든 분들의 기도를 청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안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덕기 주교 은퇴식 감사의 인사
신부님께서 대리구장 직에서 퇴임하시고 또 은퇴하신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큽니다.
신부님의 삶에서는 열정과 도전이 읽혀집니다. 신부님의 도전 정신은 단순한 도전 그 자체로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날 큰 열매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수원가톨릭대가 오늘날과 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셨고, 대리구는 친교의 대리구로 바꿔 놓으셨습니다. 가시는 곳마다 본당이 활성화 됐습니다. 특히 수원가톨릭대학교를 오늘날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5년간 수원교구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아니하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아프리카에 가셔서도 늘 사랑하고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운회 주교(서울대교구, 한상호 신부 동창) 은퇴식 감사의 인사
은퇴미사에서 축하의 인사말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잘 살아오셨기에 오늘 이 자리를 축하드립니다. 사제가 될 때 모든 사제들은 사제로서 평생 동안 살다가 하느님 품에 안기는 것을 꿈꿉니다. 오늘 이 미사는 은퇴미사가 아닙니다. 한 신부님께서 새로운 사목의 길로 나아가시는 시무 미사입니다. 신학교 시절부터 옆에서 보아온 한상호 신부님은 산소 같은 신부님입니다. 맑고 밝습니다. 늘 평화스럽게 웃는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신부님입니다. 그 맑은 심성으로 이제 아프리카에 가셔서 새로운 사목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신부님은 모범적 사제의 삶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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