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제가 예수님 구원사업의 도구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성령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8월 30일 퇴임 미사를 봉헌한 대구대교구 이판석(요셉·70) 신부. 44년간 사제의 삶을 전부 ‘복음 전파의 소명’에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5년 사제품을 받은 후 본당 환경개선 및 신설 등 지역 복음화 기반 마련에 주력했던 이 신부는 1990년 4월, 당시로써는 획기적이었던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이하 ‘가두선교단’)을 창설하며 본격적인 거리 선교에 나섰다.
“대구 번화가에 위치한 삼덕본당 주임 시절이었죠.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신앙으로 이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먼저 찾아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뜻을 같이 한 1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두 달여간 준비기간을 거친 이 신부는 1990년 4월 15일 가두선교단을 발족하고 선교용 안내 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 5000권을 제작해 거리 선교를 시작했다. 낮 12시에 시작한 선교 활동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한 책 5000권이 모두 동이 났기 때문.
“기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천주교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교회가 그들을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사도들이 직접 이웃을 찾아가 복음을 전했던 선교 사명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모여서 기도하고 나가서 선교하자’를 구호로 한국 가톨릭 교회에 ‘찾아가는 선교’의 장을 연 이판석 신부.
신문·방송을 통해 가두선교단의 활동과 선교용 안내 책자가 알려지면서 이 신부와 가두선교단은 전국 본당과 해외 한인본당 등을 다니며 선교 리더 양성에 힘썼고,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두 교황은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총 7차례 교황강복 서한을 보냈다. 특히 이 신부는 1998년 바티칸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하기도 했다.
퇴임 후 더 열심히 선교 연구·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는 이 신부는 최근 가두선교단 새 사무실을 개소하고 7명의 사제 전문 연구위원을 위촉하는 등 의욕적인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퇴임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예수님 구원사업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신앙으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기도하는 일에 남은 일생을 바치겠습니다.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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