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던 제주도 우리 동네는 시골 깡 어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는 유난히 성직자, 수도자들이 많이 탄생하는 곳입니다. 제주교구에서 사목하시는 훌륭한 신부님들이 제일 많구요, 수도회 수사님들, 수사 신부님들과 함께 수녀님들도 많이 배출된 곳입니다. 또한 마을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이신 성 김대건 신부님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사제로 서품을 받으신 후에 중국에서 배를 타고 한국 땅에 들어 오시려하다가, 태풍을 만나 표류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동네 포구에 표착하셨습니다. 그런 후 약 보름 정도를 머무르시다가, 다시 서울로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당연히 보름 동안 머무시면서 미사를 드렸을 것이니, 우리 동네가 바로 최초의 한국인 신부님이신 김대건 신부님이 첫 미사 드렸던 곳임을 추측,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초의 한국인 신부님이 드린, 한국 최초의 첫 미사가 제주도에서 가장 외진 동네인 신창(용수 포구)이라는 것! 이는 두고두고 깊은 묵상을 하게 합니다.
포구는 배들이 쉬는 곳입니다. 작은 어촌 마을에서 배들이 쉬는 가장 작은 항구라고 할 수 있는 포구! 특히 외지고, 멀고, 그다지 볼품조차 없는 그 작은 포구에서 한국 교회의 희망이 쉬어갔던 것처럼, 어쩌면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 일 수 있습니다. 비록 과거의 상처로 아파하고, 힘들고, 지치고, 좌절하고, 절망감이 가득 찬 내 마음일지라도, 그래도 타인을 위한 자그마한 여지를 남겨 놓을 수 있다면, 바로 그 마음의 여지 안으로 하느님은 나를 위한 구원의 역사를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더 어두울 수록,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이 아니라고 더 발버둥칠수록,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 없는 내 삶이라고 울부짖고 싶더라도, 그래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의 소중한 점을 보려하고, 타인이 내 안으로 온전히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놓는다면, 그 마음 안으로 하느님은 내 삶의 빛을 비추어 주실 것입니다. 그 희망을 갖고, 다시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지를 갖고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면, 하느님은 분명 우리 삶을 사랑으로 돌보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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