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바오로·63)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제13대 총장에 선출됐을 때 주위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이 교수를 잘 모르는 이들은 ‘고리타분한 사학과 교수가 총장직을 어떻게’란 반응이었고, 그를 아끼는 지인들은 ‘도전성과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라며 기뻐했다.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수긍이 간다. 요즘 대학총장은 그저 학교의 큰 어른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체나 동문회를 돌며 후원금도 받아내야 하고, 교정 곳곳에 새 건물이라도 지어 성과를 내야 한다. 학생들의 입학부터 졸업, 취업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말 그대로 팔방미인 CEO인 셈이다. 어찌됐던 이 총장은 약력에 ‘모교 출신’ 최초의 총장이란 직함을 추가했고, 취임 두 달째를 보내고 있다.
“1966년 서강대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서강대의 학생으로서, 교수로서 44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서강이 제게 베풀어준 은혜를 이제 갚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모두가 하느님의 계획이 아닐까요?”
이 총장은 세간에 ‘역사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인의 뿌리를 신라로부터 찾는데 주목했고, ‘화랑세기’가 진본임을 최초로 주장했다. 과감한 도전정신이 이뤄낸 쾌거다.
이 총장의 학자다운 열정과 과감한 추진력은 그가 총장 취임식에서 밝힌 비전에서도 드러난다. 그가 서강비전으로 제시한 전략은 ‘전인교육’, ‘교수역량 강화’, ‘학생 중심의 학교’, ‘산학체제’ 등 네 가지.
“전인교육으로 무장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예수회 정신을 이어 받은 서강대의 몫입니다. 우리 학교는 학문적 능력만 뛰어난 학생을 바라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갖춘 인재, 바로 서강의 인재상입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이 총장은 누구보다 교수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서강대의 강점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능하고 당당한 교수진’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는 “서강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은 물론 사회적 리더로서 인정받는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함께 ‘다전공’ 제도는 서강대가 자랑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실제로 서강대 학생들은 입학 전공에 관계없이 어떠한 전공으로도 졸업할 수 있다. ‘학생’ 중심의 행정이 이뤄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총장은 “여러 학문 분야를 체험하고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건 서강인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서강대는 ‘산학협력’이 아닌 ‘산학체제’를 꿈꾼다. 기업에 손 벌리는 대학이 아닌, 대학이 곧 기업이란 뜻이다. 이 총장은 지난 7월 학교가 45%의 지분을 소유하는 벤처기업 ‘에스메디’를 설립했다. 방사성 진단 시약과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몇몇 기업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이 회사를 통해 얻은 이익을 학생교육 및 연구비로 환원할 계획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총장은 서울 수서동본당 신자다.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1993년 늦깎이 세례를 받고 가톨릭에 귀의했다. 지인들과 우연히 떠난 성지순례에서 받은 감동이 그를 신앙의 길로 인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운명 같은 이끌림’이다.
이 총장은 인터뷰 내내 ‘특별한 서강’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해마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학평가’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최근 모 일간지의 대학평가에서 서강대가 8등을 했습니다. 사회의 세속적인 평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서강대는 어떠한 기준으로도 셈할 수 없는 서강만의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총장은 “앞으로도 1등, 2등처럼 등수에 목을 매는 대학이 아닌 ‘특별한 서강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별한 서강에서 특별한 교수들이 특별한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 그게 서강대 총장의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이종욱 총장은…
1946년생인 이종욱 총장은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서강대 역사상 첫 ‘모교 출신’ 총장이다.
서강대 박물관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인문과학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외적으로는 교육인적자원부 기초학문 육성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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