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과 사상 한가운데를 꿰뚫고 있는 것은 ‘사랑’이다. 이것은 사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있어서 사목이란 곧 사랑의 섬김이다. 당신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착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제는 하느님 백성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는 목자다운 사랑을 지녀야 한다.
이 사랑에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명예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제가 아니라 삯꾼이다. 사실 삯꾼도 겉보기에는 목자와 비슷할뿐더러, 그 하는 일이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참 사제와 삯꾼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기준은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추구하느냐, 사심 없이 하느님 양떼들의 유익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사제들이 양의 젖을 짜먹고, 양털 옷을 해 입으면서 양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바로 그 행위로 말미암아 결국 단죄받게 될 것이라고 아우구스티누스는 경고한다.
그러므로 사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도 안 되고, 양떼 위에 군림하며 주인행세를 해서도 안 되며, 양을 치면서 얻게 되는 영예를 즐겨서도 안 된다. 사실 참된 목자는 그리스도 한분뿐이시며 사제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양떼들이다. 마찬가지로 참된 스승은 그리스도 한분뿐이시며 사목자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제자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제들이 목자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사제들에게 맡겨진 직무는 사제 자신의 양을 치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양을 치는 일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 자신의 이익을 찾지 마십시오. 그대, 사랑을 지니십시오. 그리고 진리를 선포하십시오. 그러면 마침내 평화가 깃든 영원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제직은 사랑으로 생명을 바치는 직무다. 이 사랑은 사심 없는 사랑이며, 자신의 이익을 찾지 않는 사랑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의사라고 불리지만 치료할 줄 모르는 의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파수꾼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긴 밤을 잠만 자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스도인이라 불리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우구스티누스의 이 말은 사제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제라고 불리지만 하느님 백성을 섬기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내어놓기보다, 오히려 신자들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고 자신의 명예와 부귀를 앞세운다면, 그런 사제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 있어서 자신들이 불리는 그 이름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수많은 교부들은 사제로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하느님 백성을 종처럼 섬기고,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고 살았다. 자신들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위해 복음으로 말미암아 일생을 걸었던 교부들의 불타는 사랑의 혼을 ‘교부들의 사제영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44호(2003년 여름)에 실린 최원오 신부의 ‘교부들의 사제영성’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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