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가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벽화 작품을 보고 감탄을 연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웅장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벽화는 회화나 조각 작품과는 달리 건축물의 일부분으로서 공간의 분위기를 전한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 성당에서는 많은 벽화를 설치했다. 이때문에 일반인들은 흔히 벽화를 고대나 중세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벽화는 제작되고 있다.
성당 벽화작품을 소개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부통(Andre Bouton, 1914~1980) 신부가 주인공이다. 1966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왜관수도원에서 활동한 부통 신부는 벽화를 생소하게 여기던 60년대에 같은 수도회 알빈 신부와 함께 많은 벽화를 제작했다.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 성당의 벽화도 부통 신부 작품이다. 야수파적인 강렬한 색채를 주로 사용했던 부통 신부의 특징은 대흥동 성당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얀 벽면에 그려진 강렬한 색상은 성당 공간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은 1969년 이인하 신부가 대흥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할 때 설치됐다. 밋밋한 벽면에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부통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 부통 신부는 이남규(루카) 작가의 14처와 조화를 이루는 예수의 생애에 관한 벽화를 그렸다. 이와 더불어 열두 사도 등 10점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원색의 화려한 색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처음으로 접한 신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본당 사목회는 2점을 제외하고 다른 작품들은 지우기로 결정했다. 지금 현재 성당에는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작품과 ‘성 베드로와 성 마태오’ 등 2점만 남아 있다.
대흥동 주교좌성당에는 이 밖에도 외벽 정면에 12사도의 부조상(최종태 작)과 스테인드글라스(상성규 작) 등의 교회미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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