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관을 위해 2년 4개월 이상 준비했습니다. 향후 박물관의 운영방안을 염두에 두고 시설의 보완점도 많이 고민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지닌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이번 공사 시행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듣지 못했기에 두려울 뿐입니다.”
9월 5일,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 개관식 후 주임 변우찬 신부는 재개관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 염원을 읽을 수 있다.
변우찬 신부가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의 재개관을 생각한 것은 그동안 박물관이 본연의 역할보다 ‘전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자료 4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 박물관에 하루에도 수많은 신자들이 멀리서 찾아오다보니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전시해야만 했다.
결국 변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가 최초로 설립한 박물관인 이곳의 위상을 분명하게 다시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시실에는 항온항습 설비를 마련하고, 전시물 보호를 위해 광섬유 조명, 퇴색방지 램프 등을 사용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급의 유물 전시용 전문 쇼 케이스도 도입했지요.”
특히 이번 박물관 재개관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전시실을 최대한 ‘열린 공간’으로 살려 특별전, 기획전 및 초대전까지 유치할 수 있는 가변적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올 12월 1일 발표되는 ‘한국가톨릭미술공모전’의 수상작 전시회도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해 2월16일부터는 ‘고 김수환 추기경님 추모 유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고, 박물관에서 소장한 유물들도 순환 전시할 계획이다. 올해 박물관을 관람했더라도 다음 해에는 새로운 유품과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박물관 이야기와 함께 그는 새롭게 전시되는 품목 가운데 ‘사학한가사변물방매성책’이라는 서책을 예로 들며,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는 특별한 의미의 순교자성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책은 병인박해 초기 체포된 신자들의 가옥과 집물 등 재산 일체를 몰수해 처분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특별한 물건이 없습니다. 결국 그분들은 자신들이 받아들인 믿음을, 자신의 신념과 확신을 현실적인 이유로 팽개치지 않았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우리 신앙인들이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지 순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것이겠지만 믿겠다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신앙 선조들을 본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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