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평택대리구장에 착좌한 김화태 신부를 만났다. 대리구장 부임 이틀째인 지난 9월 3일 만난 김화태 신부는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했다. 또 대리구 사제단, 신자들이 서로 마음을 모으고 마음이 통하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 대리구청이 자리한 평택성당, 그리고 이 지역과는 꽤 깊은 인연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 사제수품 후 보좌신부로 부임(1980년)한 곳이 평택성당이었고 1995년에는 평택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죠. 고향에 온 느낌입니다. 대리구장으로 부임한 후 몇몇 신자분들을 만났어요. 제가 보좌 때 주일학교 교사였던 신자는 지금 사목회 총무를 하고 있고 제게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각 본당에서 두루두루 열심히 일하고 계시더군요. 그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 평택대리구장 부임과 착좌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 교구장 주교님의 명을 따르며 이곳에 왔지만 떨립니다. 하지만 순명을 했을 때에는 주님께서 축복 주신다는 것을 라자로마을에 있을 때부터 체험했어요.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아직 자세히 모르지만 하느님의 축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두렵고 걱정스러울 때는 ‘주님 함께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제 집무실 바로 옆이 소성당입니다.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제 마음 속에 숙제가 자리할 때는 언제든 성당을 찾아 성체조배 할 생각입니다. 평택대리구에서 생활할 신부님들과 이틀을 함께 하며 굉장히 마음이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대리구장으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신 일은?
- 대리구장으로서 공식적인 방문이라든가 신자들과의 만남기회도 많겠죠. 하지만 그것 외에도 제 나름대로 세워놓은 계획이 있어요. 시간 날 때마다 대리구 모든 성당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찾아가 성당에서 1시간 동안 성체 조배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본당 신부님께서 시간이 되신다면 차라도 한 잔 하며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성당마다 모습도 다르고 성체가 모셔진 감실도 다르잖아요. 낯선 성당에 들어가 성체를 마주 대하면 마치 새로운 연인을 만난 것 같은 설렘이 들었어요. 또 가끔 마주치는 신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 정말 아름다운 본당공동체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되살리려 합니다.
▶ 대리구제가 3년 넘게 시행돼오고 있습니다. 대리구제에 대한 신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대리구제를 시행하고 있는 어떤 교구보다도 잘 정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대리구제의 필요성에 대한 교구 신부님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는 느낌도 갖습니다. 공감대가 아직 덜 형성되었다고 할까요. 앞으로 이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다면 보시기 더욱 좋은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대리구제를 통해서 우리 사제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어 내려놓고 함께 손을 잡는다면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잡지 않을까 봅니다.
▶ 사제들의 영성 함양을 위한 교구장님의 관심이 크신데요. 신부님께서도 영성모임에 참석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올해부터는 교구 사제들이 스스로 선택해서 피정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교구장님께서도 사제들이 영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계십니다. 저는 성체말씀 생활모임이라는 곳에서 영성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7~8명의 신부님들이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모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겠지만 주로 영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성모임이 사제단 내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점점 늘고 있어 뿌듯합니다. 교구 사제들이 보다 영적으로 풍요로워져 성장과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교구청과 대리구청 편제 개편을 보면 교구의 사회복음화를 위한 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교구 사회복지국장을 역임하셨고 라자로마을에서 11년간 사목하시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실텐데요.
- 사회복음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교구장님께서 표명하시고 실제로 편제 개편을 통해 드러내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사실 예수님의 삶의 모습이셨죠. 그들을 돌보는 것은 우리 복음의 근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부서, 한 신부님의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이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입니다.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채 복음화다 소공동체 활성화다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론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 없이 일한다면 이것은 향기 없는 조화가 아닐까요. 이 시대에 우리 믿음이 살아나고 신앙인의 생명력이 돋아나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방법은 어려운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입니다.
▶ 10여 년간 몸담았던 성 라자로 마을을 떠나셨는데요.
- 교구장님께서 일찍 인사발령을 내주신 것이 그곳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이별연습을 하라고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 어르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안될 것 같아 떠나기 전 라자로마을 안 납골당에 갔어요. 제가 그곳에 있는 동안 60여분이 돌아가셨는데 그곳에 가니 그분들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더군요. 그분들에게 ‘평택으로 가서도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든든한 하느님과 함께 계시니 저도 잘 도와주실수 있죠’라고 했습니다.
▶ 특별히 마음에 새기는 성경구절이 있으신지요.
- 매일 세 가지 성경구절을 반복해 읽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행전 17장 28절), ‘주님께서 친히 네 앞에 서서 가시고, 너와 함께 계시며, 너를 버려두지도 저버리지도 않으실 것이니, 너는 두려워해서도 낙심해서도 안 된다’(신명기 31장 8절) 그리고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히브리서 4장 12~13절)입니다.
저는 주로 작은 십자가를 손에 쥐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머리로 입으로 기도하는 것보다 예수님을 손에 꼭 쥐고 기도할 때는 남다른 느낌입니다.
▶ 대리구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제단과 신자들 모두가 마음을 열고 함께 한다면 모든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이 중요합니다. 사제들은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전해야 합니다. 신자들도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입으로 하는 사목, 입으로 하는 신앙생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 혼자 있을 때에도 곁에는 하느님께서 계심을 체험하는 하느님 현존연습에 충실한 사제, 신앙인이 돼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마음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온도는 73도라고 생각합니다. 구약 46도, 신약 27도를 합친 온도죠. 뜨거운 예수님의 마음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모든 신앙인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신앙의 온도를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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