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수원교구 안양대리구장에 착좌한 윤종대 신부를 만났다. 착좌미사 내내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인 윤종대 신부는 “겸손한 사제, 기도하는 사제가 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 안양대리구장에 부임하시는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 우선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신부님들과 열심히 사시는 신자분들 모습을 보며 이런 분들이 있는 안양대리구로 부임해 온 것에 감사했습니다. ‘제 자신이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부님과 신자분들처럼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 신자들과 신부님들이 겸손한 사제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대리구장으로 임명 된 후 두 달 반이라는 기간을 준비해오면서 기도 중에 내가 잘나서 대리구장이 된 것이 아니니 잘난 척하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 정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 대리구장으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가장 먼저 우리 신부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9월 1일 부임 후 며칠 동안은 이삿짐을 풀었지만 이삿짐을 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각 본당에 계신 예수님께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이 났지만 실은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다녀보자’ 라고 생각했지만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에게 잘난척하려는 모습으로 보이거나 부담을 주게 될 것 같아 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정리도 돼가고 시간이 좀 흐르면 본당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예수님을 만나러 다녀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또 자연스럽게 신부님들도 만날 수 있겠지요. 어찌 보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바로 신부님들과의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께서 새복음화와 함께 대리구 특성에 맞는 사목활동을 강조하셨습니다. 안양대리구만의 특성을 살린 사목계획이 있으신지요?
- 교구장님 뜻이 새로운 복음화를 바탕으로 한 내·외적 복음화이고 그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맞춰 우리 안양대리구에 맞는 복음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화’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데 ‘복음화’라는 것은 내가 예수님을 알고 내가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이는 세례 받은 신자가 많아서도 아니고 본당신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례자 수가 아무리 많고 신자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예수님처럼 살지 못한다면 복음화가 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대리구에 맞는 복음화라고 한다면 우리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복음 말씀대로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적인 복음화와 외적인 복음화도 모두 우리 자신에 있고 우리 자신부터 새로운(내적) 복음화가 돼야합니다. 또한 우리 신앙인들이 예수님처럼 먼저 살아야 외적인 복음화도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내적인 복음화를 위해 신부님들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이것이 복음화의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본당에서 본당 신부님들의 역할이 크듯이 본당 신부님이 열심히 살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고 그것이 바로 복음화가 되는 것입니다. 신부님들도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신부님이 행복하면 그 에너지가 신자들에게 전달되고 또 그 에너지가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것이 외적인 복음화가 되는 것이죠. 사제들이 먼저 잘 사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본당도 더 쉽게 내적인 복음화를 이루고 외적인 복음화도 저절로 이뤄질 것입니다.
▶ 안양대리구 내 해외이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사목을 계획이 있으신지요?
- 교구나 대리구의 편제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이주사목 부위원장 신부님이 대리구좌 중앙성당 맞은편 전진상교육관에 상주하게 되시는 등 교구 차원에서도 새로운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현재 대리구청 내에서도 새롭게 편제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것은 없지만 교구에서 하는 일과 대리구의 협조를 통해 잘 해나가야할 것입니다.
▶ 앞서 대리구 편제가 바뀐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대리구제 시행 3년을 맞아 대리구제에 대한 신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사실 저는 대리구제를 시행할 때 반대했었습니다. 옥상옥이 될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조직으로 운영이 되다보면 또 다른 벽이 생길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리구제가 시행이 되고 있고 앞으로 대리구제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는 방향은 가정이 잘 돼야 사회가 잘 되는 것처럼 본당이 잘 돼야 대리구도 잘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리구를 위해 본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당을 위해 대리구가 있는 것이죠. 저는 교구와 대리구, 본당의 관계를 가족관계처럼 생각해봤습니다. 교구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대리구는 어머니, 본당은 자녀의 역할인 것이죠. 그래서 본당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어머니로서 무엇이든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합니다. 교구-대리구-본당의 관계를 삼위일체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짓는다고 가정해보면 교구는 크게 중심역할을 하고 그 집을 짓는 것은 본당이며 그에 따라 필요한 것을 챙기는 것이 대리구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처럼 실제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바로 본당이고 이를 위해 크게 도와주는 것이 교구 아버지의 역할이며 대리구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 신부님께서는 교구 성소국장을 역임하셨는데 사제의 해를 맞아 공동체 사제들을 위한 당부말씀을 해주신다면?
- 우선 사제가 된 것이 좋은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왜 사제가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제가 됐다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분명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이 하신 일을 대신하는 사제가 된 것이죠. 사제로서 자꾸만 자신을 꺼내고 나를 내세우면 안 될 것입니다. 사실 사제는 예수님 한분이시므로 이 말도 모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제직에 참여를 하는 것이죠. 내가 올바로 살지 못한다면 사제로서 옳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왜 사제가 됐는지를 먼저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제는 하느님, 신자를 위해 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신자가 없다면 나도 사제가 될 수 없는 것이죠. 그만큼 하느님과 신자들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사제에 있어 겸손하고 기도하는 삶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제들이 그러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길 바랍니다.
▶ 겸손한 사제, 기도하는 사제를 지향하는 신부님께서 마음에 품고 계신 성구나 말씀이 있다면?
- 제가 서품 받을 때 성구가 요한복음 17장 2절,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나게 해주십시오’ 입니다. 그 말씀이 28년 사제생활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의 테살로니카 전서 5장 16~18절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는 구절 역시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사제품을 받을 때 누구나 바닥에 납작 엎드리듯, 정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러나 자주 벌떡 일어서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영광이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살려고 신부가 됐으니 더 겸손한 사제로 살아야겠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또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하루하루 생각하는 생활모토가 하나있는데, 하루를 살더라도 기쁘게 살자, 하루를 살더라도 감사하며 살자,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내가 기쁘고 행복해야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으니까요.
■ 윤종대 신부 약력
▶ 1982년 2월 25일 사제서품
▶ 1982년 3월 12일 조원동주교좌본당 보좌
▶ 1982년 9월 13일 왕림본당 보좌
▶ 1983년 4월 15일 왕림본당 본당신부 직무대리
▶ 1983년 8월 9일 반월성본당 주임
▶ 1985년 2월 26일 군종사제
▶ 1989년 9월 7일 석수동본당 주임
▶ 1994년 2월 3일 교구 성소국장
▶ 1997년 2월 14일 송서본당 주임
▶ 1998년 1월 30일 영통성령본당 주임
▶ 2002년 1월 1일 메리지 앤 카운터 지도신부
▶ 2002년 1월 29일 용호본당 주임
▶ 2008년 9월 2일 구성본당 주임
▶ 2009년 9월 1일 안양대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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