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도원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분과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대문 벨이 울렸습니다. “누구세요?” 그러자 청년이 화난 목소리로, “차량 번호 0000번 여기다 차 주차하셨어요? 차를 빨리 빼 주세요.” 손님이 수도원 앞 칼국수 집 주차 라인에 주차를 한 모양입니다. 짜증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칼국수 집 손님들이 수도원 대문까지 막을 정도로 차를 주차해도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우리 손님이 잠깐 주차한 것 가지고 이렇게 화를 내다니!
어쨌든, 손님과 함께 수도원 밖으로 나갔습니다. 젊은 청년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신네 이 차,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어요, 신고! 견인시키려고!” 나는 속으로, ‘이 놈이 미쳤나! 웬 발광을?’했습니다. ‘욱 -’, 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 날 따라 ‘하느님 은총의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순간 마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청년이 왜 저렇게 난리를 피울까?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그래 한 번 찬찬히 물어보자!’ 특유의 자상한 미소(?)를 띠우며, 그 청년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차분히 물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습니다. “이 분이 주차한 곳은 제가 구청에 거주자 우선 주차를 신청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이 차 때문에 1시간 넘게 주차를 못했습니다. 동네 기사식당을 모두 다니며 차 주인을 수소문했습니다. 핸드폰 번호도 없으니…. 그래서 이렇게 온 몸이 땀이 젖었지요.”
그 청년은 칼국수 집 주차 도우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청년 말이 다 맞는 말이었구요!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주차 도우미인줄 알고, ‘당신네들 그렇게 할거야?’ 하면서 큰 소리로 싸우기라고 했으면, 두고두고 동네 창피할 일을 겪을 뻔 했습니다. 만약에 우격다짐으로 번져 싸우기라고 했으면, 아이고~ 완전 내 신세 망칠 뻔 했습니다.
한순간의 평화적 생각이 내 삶을 구했던 것입니다. 좋은 경험 했습니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흥분하면 필시, 무슨 속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 놈의 다혈질적인 성격, 언제나 평온하고 온유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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