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위 성인의 이름이라도 모두 읽어보신 적 있으세요? 전 부끄럽게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모든 이름을 읽어봤습니다. 이름 하나하나를 새기면서 그 고통과 고뇌가 느껴져 얼마나 울었던지…. 그 감동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대구 관덕정 지하 1층에서 9월 1일부터 전시 중인 ‘103위 성인 도자기 명패’를 제작한 김원기(그레고리오·43·대안본당)씨. 지역에도 103위 성인의 순교 영성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 작품 제작을 결심했다. 작은 충격에도 깨지고 터지는 백자토와 씨름하기를 7개월, 가로 830㎝·세로 60㎝의 전시대를 가득 채운 명패와 향로 등 총 112개를 완성했다.
허투루 쓴 글씨로 작품을 제작할 수 없었기에 서예를 하는 신자를 수소문해 김상윤(보나벤투라·대한 소아외과 회장)씨에게 의뢰, 명패에 새길 글씨를 받았다. 글씨를 백자토에 일일이 옮기고 전각해,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느라 명패 하나를 만드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103위 성인을 순교 방식에 따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순교 성인 103위’, ‘군문효수’ ‘교수’ ‘참수’ 등 큰 제목은 붉은 색, 103위 성인의 이름 하나하나는 푸른 색으로 구워냈다. 순교 영성이 교회의 소금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 명패에는 붉은 색을 띠는 소금 유약을, 한국 고유의 멋을 담아내기 위해 이름에는 청자 유약을 발랐다는 설명이다. 명패와 함께 전시되고 있는 가로 30.5㎝·세로 30.5㎝·높이 39㎝의 향로에도 청자 유약을 발라 명패와 통일성을 살렸다.
“나이가 들어서도 남한테 봉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10여 년 전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 마음을 담아 명패와 향로를 만들었어요. 이 작품을 접한 교우들이 순교와 믿음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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