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감악산 자락에 있는 부대에서 어느 신학생이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중대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신학생이 군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부대 적응을 잘 하는지 살펴 볼 겸해서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언뜻 감악산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했다.
“저 산 보이지! 저 곳에 성모님 계신다!” “네? 저 감악산에 성모님이 계신다구요?” 갑작스런 나의 말에 신학생은 놀라면서 감악산을 쳐다보았다. “응, 분명 저 높은 곳에 성모님 계셔!” “저기서 성모님이 널 바라보고 계시니까! 군대생활 할 때 힘들고 하면 성모님과 함께 열심히 기도해 알았지!”
군 생활을 막 시작하는 신학생에게 있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또 산꼭대기에 성모님이 계신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놀라움과 경외감을 갖는 듯 했다. 아마도 그 신학생은 감악산을 쳐다볼 때 마다 아마 성모님을 생각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신산리에 와 산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감악산이 마치 어머니의 품인 듯 그 자락을 이런 저런 일로 많이도 맴돌았다. 우연한 기회에 주일 날 오후 감악산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정상 부근에 북쪽 개성 방향을 향하여 서 계신 성모님을 만났다. 감악산에 계신 성모님은 신산리에 있는 군인 성당인 비룡성당 신자들과 신산리에 거주하는 민간인 신자들이 뜻을 모아 겨레의 통일을 염원하는 뜻으로 세워진 것인데, 사단 군종참모로 군 사목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낯선 곳에서 뜻하지 않게 성모님을 만난 기쁨에 성모님께 잠시 전구를 구했다.
“성모님 이 곳 감악산 자락에는 수많은 부대들이 있는 것 아시죠. 성모님께서 그들을 잘 돌봐 주세요!”
지금은 준본당으로 승격이 된 신암리 성당 부근에서 아주 맑고 청명한 날 감악산을 향해 눈을 돌리면, 정상에 계신 성모님이 아주 조그마한 흰 점으로 보인다. 어떤 때는 성모님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그럴 때마다 성모송 기도를 드리는데 언제나 성모님의 보살핌으로 평화로워짐을 느낀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일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지금 현재 있는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인생수업’이라는 책에 보면, “I just want you to know she was not alone.”라는 내용이 있다. 어느 사랑스런 자녀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부모는 그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마음에 고통 중에 있었지만, 그 부모와 그에게는 혼자가 결코 아니었다. 아무런 연관도 없던, 어떤 이가 생의 마지막을 그와 함께 해 줌이 자녀를 잃은 부모에게도 또 세상을 떠난 그에게도 크나큰 위안이 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혹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사랑으로 있을 수 있음을, 더구나 진정한 사랑으로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 감악산에 계신 성모님은 감악산 자락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으로 계심을 확신한다.
“성모님! 언제나 믿는 이들의 어머니로 계신 어머니를 저희가 잠시 잊을 수도 있지만, 당신께서는 자녀들의 삶 속에 가장 속 깊은 사랑으로 함께 하고 계심을 새삼 느껴 봅니다. 군종 신부로 군 사목을 하고 있지만 많은 순간 언제라도 도망자의 마음으로 갈등하는 저지만, 당신처럼 언제나 함께 하는 모든 삶이 더 큰 사랑의 길임을 당신을 통해 배우고 고백합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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