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y~ Sweety’를 연발하며 징징댄다. 사탕을 쥐어줘도 어떻게 먹는지조차 몰랐던 동생이 단맛을 알아버렸다. 세 살배기 동생을 떼어놓고 학교에 가야하는 누나는 긴급처방으로 꼭꼭 숨겨둔 사탕 한 알을 꺼냈다. 포장껍질조차 버리지 않고 두고두고 아끼며 빨아먹던 사탕이었다. 사탕을 입에 넣은 동생의 눈길은 또다시 누나 주머니 속 연필에 꽂혔다. 이번 실랑이에선 누나도 단호했다. 학교에 가는 시간이 가장 신나는 초등학생에게 연필은 사탕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이었다.
무풀리라 가와마 콤파운드(집단 거주지)는 흙벽돌집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빈민촌이다. 잠비아인 가족 5명의 한 달 최저 생계비는 33만5000콰차(약 8만원) 정도. 하지만 빈민가정의 생활비는 15만 콰차도 채 되지 않는다. 콤파운드 거주민들은 대부분 직업을 잃었거나 병이 들어 살길이 막막해 모여든 이들이다. 평균 5만 콰차 정도인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이들은 직접 흙으로 집을 짓는다. 끼니는 대부분 인근에 있는 정부 소유의 땅에서 밭을 갈거나, 노점상에서 벌어 때워 나간다. 이러한 생활환경에서 자식들의 교육 걱정까지 하긴 쉽잖다.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는 무풀리라 빈민촌에 병원에 이어 곧바로 학교를 세웠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교육을 통해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라는 수녀들의 권유에 지역 주민들은 콧방귀부터 뀌며 무시했다. 밥도 못 먹는 형편에 무슨 학교를 보내냐는 소리였다. 이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발을 신고, 교복을 입고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의 생각은 변화했고, 이젠 주민들이 수녀들을 쫓아다니며 교육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입학 대기자도 해마다 쑥쑥 늘어난다.
무풀리라 데레사본당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인산사(Nsansa)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현재 562명. 그 중 고아들만 193명이다. 교실이 부족해 수업을 3부제로 운영해도 학교는 매시간 콩나물시루 그 자체다. 교과서는 당연히(?) 학생 여럿이 함께 보지만 배움의 열기를 꺾진 못한다.
잠비아에서 가장 귀한 물자 중 하나가 바로 책과 종이다. 테이프가 덕지덕지 발려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것도 고가로 팔린다고. 각 부족어 외에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덕분에 미국 NGO 등을 통해 기증받은 책은 귀한 자료다.
수녀회가 운영하는 교육시설 중에는 유치원도 있다. 하지만 본당 유치원은 규모가 너무 작아, 수녀들은 흙바닥을 구르며 무료하게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쓸어내린다. 이 아이들은 매일같이 마을 어귀 철길을 놀이터삼아 폐타이어와 비닐을 뭉쳐 만든 축구공을 갖고 시간을 보낸다.
시골지역인 땀부의 학교도 한국 신자들의 도움으로 세워졌다. 땀부 루위병원에서 12km가량 떨어진 카피디(작은 돌언덕이란 뜻)B에 위치한 ‘그레고리오 에디타 학교’는 2005년 문을 열었다. 한 노부부가 신혼시절부터 모은 돈을 쾌척한 덕분에 땀부 지역 아이들은 생전 처음 공책과 연필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현재 그레고리오 에디타 학교에선 398명의 아이들이 배움을 통해 희망에너지를 뿜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바글바글해야할 중고등학교 건물은 벽돌 뼈대를 드러낸 채 덩그렇게 서있었다. 지붕 얹을 돈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수녀회의 또 다른 선교지인 안토니미션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에서는 50~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실 12개를 짓고자 했지만, 공사비가 없어 터만 닦아놓았다. 새로 지어질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서 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야간학교로도 이용할 계획이어서 수녀들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하루 한 끼를 먹기 위해 온종일 일해야 하는 오지에서의 삶은 지독히 쓰다. 그러나 수녀들이 직접 도면을 그리고 벽돌을 쌓아 만든 학교 안에서는 미래를 개척할 달콤한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그 희망 때문에 오늘도 아이들은 수십 킬로미터를 맨발로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 “식량 자립 위한 희망발전소”- 자카란다 농업기술전문학교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가 잠비아에서 운영하는 교육 시설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자카란다 농업기술전문학교’다.
이곳에서는 당장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했다. 수녀회는 2000년, 잠비아 정부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농장운영을 시작했다. 다행히 잠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평지가 많은 나라여서 개간만 하면 각종 밭작물을 재배할 순 있었다. 문제는 밭을 개간할 기술이 전무하다는 것. 농장책임자이자 농업학교장인 김무열(임마누엘라) 수녀는 자신도 생전 처음 낫과 곡괭이를 들었지만 정신없이 배워가며 농장을 일구고, 젊은이들을 가르쳐왔다. 현재 이곳 농장에선 유기농 작물 재배와 축산업도 병행한다. 이러한 변화의 일등공신은 2003년 문을 연 농업기술전문학교다. 2년제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현재 잠비아 젊은이들의 선망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배출한 농업전문가만도 500여 명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립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줄줄이 학교를 찾고 있지만 한 칸짜리 강의실이 전부라 신입생을 더 선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교육비도 농장의 작물을 팔아 어렵사리 보탠다.
앞으로 이 농업학교에서는 졸업생들의 정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돕는 ‘하우징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식량 자급과 젊은이들의 자립을 위해 꼭 가야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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