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 사명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전교주일이다. 견고하면서도 유연한 전교를 표방, 다종교 한국사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정교회 한국대교구의 초대교구장 소티리오스 트람바스 대주교를 만났다. 대주교는 전교를 ‘겸손의 삶, 증거의 삶, 빛의 삶’이라고 정의했다.
경기도 가평. 소티리오스 대주교를 만나기 위해 46번 국도를 따라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렸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 속에 난 오솔길을 타고 올라가니 빨간 벽돌의 ‘구세주 변모 수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티리오스 대주교는 2008년 80세 나이로 교구장직에서 물러나, 한적한 이곳 수도원에서 청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향인 그리스 ‘아르타’를 떠나 한국에 온지 34년. 그동안 7개 지역에 성당을 건립했고 지난 2000년에는 정교회 한국선교 100주년 기념행사도 성황리에 마쳤다.
평생을 선교사로, 성직자로 살아온 그는 전교의 의미를 묻자 “모범을 보이며 살면 그것이 바로 전교”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원한다면 따르라고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대주교는 신앙은 강압적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가장 주의하고 조심했던 부분도 이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한국천주교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에게 다가갔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 결과가 70년대 100만 명이던 신자수가 약 30년 만에 5배가 증가하는 놀라운 결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非)신앙인들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그리스 아토스성산에 있는 정교회 수도원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그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수도자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지요. 그럼에도 관광객 중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신앙을 고백합니다.”
대주교는 모범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 서적과 인터넷, 대중매체를 이용해 종교를 알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겸손함이 선교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빛의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고 말씀하셨듯이 그리스도인 자체가 빛이 되어 세상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는 작아지고 주님을 찬양해야합니다. 하느님의 종으로 충실할 때 주님께서 더 큰 은총의 선물을 주실 겁니다.”
▨ 정교회는?
사도 시대부터 이집트·그리스·동유럽·러시아 등 지역에서 발전하여 오리엔트 문화권 안에서 성장한 그리스도교회의 총칭. 한국에는 1900년 첫발을 내딛었다. 현재 3000여 명의 신자들이 14개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