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특별한 집들이에 초대됐다.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서종엽 신부, 이하 민화위)의 두 번째 새터민 어린이 그룹홈 수원 ‘나르샤’의 첫걸음을 세상에 알리는 날.
‘나르샤’ 식구 지수(가명·11)가 문 앞에서 배꼽인사로 손님을 맞는다. 걸쭉한 북한 사투리에 깜찍한 표정까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어른들은 연방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지수 역시 더 신이 나서 집안을 뛰어다니며 인사하기 바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수에게 이런 밝은 웃음과 행복이 허락되지 않았다. 어려운 현실에 아버지와 함께 남으로 온 지수. 한국에 들어와서는 아버지하고 헤어져 지내야 했다. ‘엄마’의 정이 그리웠던 아이는 자주 아이들을 맡고 있는 민화위 사무국장 김영미 수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살갗을 비빈다.
김 수녀는 “우리 공동체가 아이들을 완전히 품어줄 수 있는 가족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소중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아이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것을 다짐한다.
유정(가명·8)이 역시 정에 고픈 아이다. 집에 손님들이 북적되니 쑥스러워하면서도 싱글벙글이다. 축복식후 식사시간에는 손님들에게 다가가 수줍게 커피도 권해본다. 고사리 손으로 차 숟가락을 살살 저어서 내미는 눈망울이 더 예쁘다.
이곳에서 김 수녀와 아이를 돌보는 연숙(세실리아·가명) 씨 역시 새터민이라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더욱 살뜰하게 보살핀다. 연숙 씨는 곧 아이들을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더욱 좋은 언니, 이모가 되어주기로 했다.
축복식이 시작되자 축복식을 집전하는 서종엽 신부 바로 앞으로 지수와 유정이를 비롯한 수원, 안산 ‘나르샤’ 식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축복식이 뭔지도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이라 앞에 있는 신부님과 마냥 장난 치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나르샤’는 이러한 아이들의 웃음과 희망을 되찾아주기 위해 마련한 소중한 보금자리이다. 지수와 유정이를 비롯한 새터민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한국을 배우고 친구를 만나고 공부를 한다.
서 신부는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일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것을 보면 하느님의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며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렇게 모든 것이 잘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아이들이 바로 ‘작은 통일의 일꾼’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서 신부는 “안산에 이어 오늘 두 번째 ‘나르샤’가 문을 열었다”며 “앞으로 우리 새터민 어린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각 대리구별로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