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자신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던 사람이 있으신지요? 밥 먹다가 방귀가 나왔는데도, 와이셔츠에 국물 자국 묻히고 다닐 때도, 때론 술 먹고 실수했을 때도, 늘 뭔가 깜빡 깜빡 잊어버릴 때도, 그런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이 곁에 있는지요? 중요한 건 자신의 실수를 편안하게 받아 준 사람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실수도 편안하게 받아 주기기가 힘들며, 궁극적으로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어느 부부의 고백입니다. “신부님, 신부님은 여자 앞에서 벌거벗고 왔다 갔다, 해 본적 있으신지요? 저는 이제야 배우자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늘 완벽을 추구하며 살았던 이분은 겉으로야 완벽하게 배우자를 신뢰했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자신은 더 멋진 남자이어야 했고, 더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매사에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늘 맵시를 갖추고, 폼 나게 양복을 입고, 외모는 늘 반듯하게 해야 배우자가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는 이젠 자신의 배우자 앞에서 발가벗고 왔다 갔다 하면서, 그러한 두려움과 불안함에서 서서히 벗어 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가 어디를 놀러 가도, 혹은 며칠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실수나 나의 약점까지도 다 받아주는 그런 배우자에 대한 온전한 신뢰의 마음이 이젠 배우자를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서 정말 나를 사랑하실까 하며 불안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나의 실수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필요 이상의 외형적인 신앙의 틀을 만들어 놓고 하느님께 잘 보이려고만 애를 씁니다. 이는 곧 하느님을 향한 신뢰의 부족이며, 동시에 자신 스스로가 진정으로 신뢰 받지 못함에 대한 상처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 내면의 영적 상태까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자신 스스로를 편안하게 받아 줄 수 있을 때에 우리는 타인과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는 하느님, 우리는 그분 때문에 타인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힘냅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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