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와서 찬양해
오랜만에 온 가족이 활짝 웃었다. 오늘은 중간고사 걱정 잊기로 했다.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신학교 교정에 자리를 펴고 온 가족이 만찬을 즐겼다. 레크리에이션 때는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까마득한 선배 학사들의 공연도 관람했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부르셨다. 오늘은 그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겠다고 약속하는 날이다.
교구 성소국(국장 김기창 신부)이 주관한 ‘제5회 예비신학생 서약식’이 10월 10일 성소못자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성소를 꿈꾸며 기도하는 예비신학생들과 가족들이 ‘다 와서’ 찬양하는 날이다.
◆ 물가로 나를 이끌어주시네
복사단 활동을 하며 사제의 꿈을 꾸던 규진이. 시험 걱정에 방황한다. 친구들과 함께 야간자율학습도 빠지고 PC방을 드나든다. 호기심에 소주도 한 잔. 방황하던 규진이는 친구의 죽음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고 부르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다시 신앙인으로 돌아온다.
선배 학사님들의 전례극이 떠들썩하던 미사 분위기를 차분히 만든다. 친구가 술을 먹고 퀵 보드를 타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황당한 이야기에는 함박웃음도 짓지만 이내 ‘그리스도의 잔’ 같은 삶을 봉헌하고자 결심을 다진다.
◆ 나의 가장 낮은 마음
기다리던 서약식. 오른손을 들었다.
예비신학생으로서 ▲예수님을 열렬히 사랑하고 ▲기도생활에 충실하며 ▲정직하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주님께 받은 은총에 감사드리며 주님께서 몸소 불러주셨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않으며, 예비신학생으로서 열심히 생활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는 서약문도 읽었다.
두렵지 않다. 내 옆에는 나와 함께 손을 들고 주님과 약속하는 262명의 동료들이 서 있다. 지난 일 년 동안 지구와 교구 예신모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신앙생활 실천표(기도, 미사, 성경읽기 등)도 실천한 친구들이다. 학사님들이 내 왼쪽 가슴에 예비신학생을 의미하는 배지를 달아주며 “내년에도 열심히 하자”고 어깨를 두드린다.
우리 모두에게 안수해주신 교구장 이용훈 주교님은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며 예비 신학생으로서의 몸가짐을 가지자”고 당부하신다. 우리들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도 하신다.
◆ 나의 하느님
서약식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엄마, 아빠들도 아들의 약속을 되새긴다.
손우석(세례자 요한) 예비신학생의 어머니 홍성희(제네뷔브)씨. “아들이 첫영성체 후 복사를 하면서 사제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복사단 선배 학사님들을 보면서 모델로 삼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성적이 고민되기는 하는데 끝가지 기도하려 합니다.”
아들(신학생 이민교 다니엘)을 보기 위해 찾은 김순나(율리아나)씨는 “오늘 학사님들의 공연이 햇살 같네요. 예비신학생을 둔 부모들 대부분이 아들이 고 1쯤 되면 학업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습니다. 부모님의 애쓰심과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 한 거 같아요”라며 선배 엄마로서 조언한다.
서약식을 끝낸 예비신학생들의 다짐은 곧 우리 교구의 미래다.
박태민(미카엘 중2)군은 “사실 지금 많이 힘듭니다. 그냥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예비신학생으로서 길은 가겠다”고 속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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