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지배하던 2000년 전 팔레스타인에서 십자가는 흉악범을 처형하는 사형도구, 즉 치욕과 수치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위에 예수님께서 높이 매달리심으로써 십자가는 인류 역사의 전환을 이루는 영광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번 소품전 제목인 ‘영광’도 바로 그런 뜻을 담고 있습니다.”
10월 14~18일 대구 범어성당에서 세계 십자가 소품전 ‘영광’을 연 대구대교구 최경환 신부(범어본당 주임). 22년 사제생활 동안 전 세계에서 수집한 십자가 200여 점을 전시해 화제가 됐다. 이번 소품전에서 최 신부는 전통 로마 가톨릭 십자가 외에도 러시아·희랍정교회 등 동방교회 십자가, 독특한 양식이 돋보이는 유럽 십자가, 개신교 십자가와 그 외 예술적 가치가 높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등 한국 교회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십자가를 선보였다.
“십자가는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이요, 구세주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상징입니다. 신자들로 하여금 기꺼이 져야 할 ‘삶의 십자가’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늘 십자가를 가까이 두고 살아왔다는 최 신부. 국내·외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십자가를 지니며 하나 둘씩 모은 것이 어느새 340여 개가 됐다. 그렇게 모으다보니 십자가 수집이 하나의 중요한 생활이며 의미가 됐다고.
“십자가는 사제인 제게 삶의 전부이며 신앙 고백이요, 운명입니다. 하느님은 제게 단순히 개인 소유물이 아닌, 사제로서 많은 이들과 다양한 십자가에 담긴 의미와 그 멋을 함께 공유하라는 뜻으로 이런 취미를 허락하신 것이 아닐까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최 신부는 이번 전시와 작품 도록 제작 등을 함께 준비한 범어본당 교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제로서 당연히 져야 할 십자가임에도 마치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신 신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주님 십자가의 영광이 더욱 빛나길 기도드립니다.”
■ 소품전에 소개된 십자가
- 전통 로마 가톨릭 십자가 : 십자가에 높이 매달려 온갖 고통과 수난을 당하신 예수님의 몸을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그분의 수난과 죽음으로 구원이 이뤄졌음을 묵상케 한다.
- 동방교회 십자가(Eastern Church) : 이콘(Icon)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을 표현하고 그러한 성화상을 공경하는 영성적 문화가 서방교회보다 더욱 발달해 있다.
- 유럽 십자가 :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그리스도교 신앙·문화의 바탕 위에 세워졌으므로 십자가도 그 문화와 신앙고백의 상징물이 돼 왔다.
- 개신교 십자가 : 가톨릭교회와 달리 대부분 그리스도의 형상이 새겨져 있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 성경 말씀이나 신앙에 유익한 구절이 담겨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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