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생활 방식이 있습니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머릿속에 쭈-욱 나열됩니다.
책상에 놓여 있는 것들은 모든 것들이 원래 있던 자리에 가지런히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세면장 수건은 반듯하게 걸려 있어야 하고, 치약은 밑에서부터 눌러 써야 하고, 침대의 침구는 반듯하게 개켜져 있어야 기분이 좋습니다. 일상에서 경험되는 모든 것들에는 차례가 있고, 순서가 있어야 편안해집니다. 그런 내 삶의 방식을 보고 누군가 격려와 칭찬을 하면,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말합니다. ‘그럼 그렇지. 바로 이렇게 사는 내 삶이 정답이지!’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은 나만 편안한 내 삶의 방식인데, 이것을 ‘정답’이라 착각하면서, 타인에게 나의 강요할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내 삶이 정답이라고 착각하며 살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많이 없었고, 지나칠 정도로 작은 일에 분명하려 했고, 사소한 일에도 따지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나도 이러한 착각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기도 안에서 그분의 힘으로 인정을 하고보니, 착각 밑바닥 안에는 건강하지 못한 얄팍한 자존심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얄팍한 자존심은 열등감, 심리적 불안감과 연결되어 있는 히스테리의 일종인 듯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무슨 대단한 벼슬인 양 마음 가득, 가지고 살았으니, 휴! 정신 아찔합니다.
오늘 따라 주변 모든 분들,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특히 내가 무슨 일을 하자 해도 묵묵히 따라 준 형제들, 나의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고 예민한 생각을 웃으며 받아준 형제들, 내 삶이 정답이라고 내 방식대로 살면 잘 살 것이라는 말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미소 지어준 형제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나의 영적인 성장을 기다려 준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가눌 수 없이 조용히 기도를 드려볼까 합니다.
그러자 또다시 생각들이 쫘-악 연결되어 떠오릅니다. ‘음, 그렇다면 기도를 몇 시에 드릴까, 어디서 드리면 좋을까, 그리고 어떤 기도를 드릴까, 구체적으로 누구를 떠올리며 기도를 드릴까….’ 에고, 기도를 드리는 데에도 기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휴,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는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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