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박해 아래서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하느님 말씀을 전파했던 최양업 신부. 그가 신앙교육을 위해 신자들에게 가르쳤던 ‘사향가’가 예전 그대로 재현돼 서울 명동성당에 울려 퍼졌다. 민요가락에 얹혀 3·4, 4·4조로 불리는 이 천주가사는 쉬운 한글과 명확한 가르침으로 엮어져 현대인들의 귀에도 속속 들어온다. 최 신부의 업적을 현양하는 성가곡도 이어졌다. 최 신부의 서한을 주제로 한 오르간과 무반주 합창곡은 세계 최초로 연주돼 더욱 큰 감동을 자아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한홍순)가 최양업 신부의 서품 160주년을 맞아 최 신부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며 마련한 특별음악회 자리였다.
‘이 땅이 하느님을 노래하다 - 한국 교회음악의 선각자 최양업 신부께 바치는 음악회’를 주제로 10월 1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최 신부의 서품 160주년이자 사제의 해, 아울러 최양업 신부의 시복청원이 교황청 시성성에서 심사 중인 시기에 열려 의미를 더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와 가톨릭신문사 등 8개 기관 후원으로 열린 이번 음악회는 천주가사 중 ‘사향가’ 재현에 이어 오르간 연주, 국악합창 등으로 꾸며져 큰 호응을 얻었다.
오르가니스트 강석희씨와 채문경씨, 테너 최승태씨, 아퀴나스 합창단(지휘 신재상), 우리맥소리 국악성가합주단(지휘 최지애) 등이 음악을 통한 하느님 찬미와 순교자 현양의 뜻을 모았다. 객석에는 최창무 대주교(광주대교구장)와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를 비롯해 신자 1천여 명이 자리해 일치를 이뤘다.
특히 유럽 현대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작곡가 박-파안 영희(소피아·65)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학 교수는 지난 수년간 최양업 신부를 현양하기 위해 창작한 곡을 이번 무대에서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주님,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소서’, ‘별빛 아래서…’를 제목으로 한 이 곡들은 최 신부가 쓴 라틴어 서한의 내용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작품들. 음악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박 교수는 “이번 음악회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져 수천 명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자리로 더욱 기억에 남을 만하다”며 “음악이 어렵고 쉽고를 판단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최 신부님을 현양하는 음악을 자주 듣고 신부님에 대해 알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평협 한홍순 회장은 “최양업 신부님은 천주교 교리를 우리 문화에 맞는 가사와 가락으로 전하는 일에 힘쓰는 한편 서양음악을 도입해 성가를 보급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이번 음악회는 최 신부님의 뜻에 따라 이 땅에 복음을 보다 더 토착화하려는 염원도 담은 자리”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도 “우리는 그동안 최 신부님을 알고 기리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바오로 사도처럼 평생을 복음 선포에 투신하고, 한국적인 신앙과 영성이 토착화되도록 노력하셨던 최 신부님을 따라 더욱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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