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운산지역 출신 순교자들의 얼을 기리는 뜻 깊은 도보순례가 열렸다.
대전교구 해미성지 도보순례 및 문화행사가 10월 17일 운산 대철중학교와 해미읍성, 해미성지 일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 운산본당을 비롯한 대전교구 서산지구 신자 600여 명이 참가했다.
해미현 출신으로 이름이 밝혀진 김선양(바오로) 등 순교자 38명의 이름이 적힌 만장을 선두로 한 순례 행렬은 이날 오전 9시 운산 대철중학교를 출발해 태봉리, 원벌리, 신창리, 삼송리, 오학리, 해미읍성 서문, 해미성지 등에 이르는 총 12km 구간을 걷고 해미성지 야외제대에서 유흥식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순례길은 운산에 살던 순교자들이 붙잡혀 해미와 홍주, 공주, 서울 등지에서 순교하기 위해 압송되었던 길. 이곳에서 도보순례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해미성지 전담 백성수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이번 순례는 운산지역 출신 순교자들이 끌려와 장렬히 순교한 사실을 새롭게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시간”이라며 “그분들의 숭고함을 알고 만장을 만들어 순례한 사실을 하늘에서 보신 운산지역 순교자들이 우리를 고맙게 생각하고 많이 기억해주실 것 같다”고 전했다.
“만장 사이로 입당 하면서 눈물이 울컥했다”는 유흥식 주교는 “우리 모두가 순교자들의 삶을 본받아 빛이 되고 소금이 되고 누룩이 되는 신앙인, 주어지는 십자가를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신앙인이 되자”고 당부했다.
한편 해미성지는 이날 미사 후 ‘해미순교성지 기념관’ 축복식을 가졌다.
기존 성지 내 유해참배실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연 기념관은 해미순교자 유해 발굴에 앞장 선 범 베드로(발오) 신부의 약력과 유해 발굴·이장 역사 자료, 내포지역과 해미현 지도, 이 지역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 명단 등이 전시돼 있다.
아울러 박해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한국화가 상성규(안드레아) 씨 작품과 박해 때 사용된 유물, 인언민(마르티노) 등 시복시성 대상 순교자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무명순교자 유해를 안치한 유해참배실도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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