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 그리고 죽음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위령성월이다.
교구 복음화국 조사분석팀은 위령성월을 맞아 지난 9월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 ‘천주교 상·제례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훌륭히 토착화됐다고 평가되고 있는 한국교회 상·제례 문화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조사 결과를 요약, 게재한다. 이번 조사에는 홈페이지 이용자 303명이 응답했다.
한편 교구 복음화국이 발행한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11월호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비롯해 ‘테마단상 - 장례예식의 토착화와 수원교구 사제 장례전통’, ‘전례산책 - 장례예식 안에서의 천상 예루살렘’, ‘전례탐방 - 장례미사’ 등의 위령성월 기획을 싣고 있다.
▣ 장례나 제례를 지내는 이유는?
‘돌아가신 분이 주님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간구’하는 것이라는 응답이 7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돌아가신 분이나 조상에 대해 인륜적으로 당연한 의무이기에’가 17.8%, ‘살아있는 가족 간의 화목과 친목도모를 위해’가 9.2%였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모든 성인의 통공 안에서 장례 후에도 죽은 이를 잊지 않고 그들이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하며 위령기도를 바치도록(장례예식서 13항) 가르친다. 응답결과는 많은 신자들이 이러한 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장례나 제례를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천주교 상·제례 문화의 토착화 정도는?
‘비교적 그렇다’는 응답이 88.1%로 ‘그렇지 않다’의 11.9%보다 월등히 높았다. 복음화국 조사분석팀은 이 결과에 대해 ‘이렇게 긍정적인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타종교와 비교해볼 때 천주교의 상·제례 방식이 과거 천주교 전래 시부터 많은 마찰을 겪어왔기 때문에 가톨릭교회가 유연성과 포용성을 적절히 발휘한 결과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전례의 토착화를 유도한 시점에 발맞추어 한국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등에서 상·제례 예절을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 한 최대한으로 우리의 풍습에 맞도록 수정하여 보완한 것 또한 가톨릭교회의 상·제례 문화를 토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명절이나 기일을 지내는 방법은?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제상을 차리고 전통적 제사도 지낸다’는 응답이 52.8%로, 천주교 제례와 전통제례를 모두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령미사 봉헌 및 연도’는 15.2%, ‘전통적 제사’는 14.5%, ‘위령미사 봉헌’은 13.9%였다. 조사분석팀은 ‘기일에 죽은 이를 위해 음식을 차리고 나누는 예식은 초대 로마 교회의 예식에도 지방의 풍습으로 토착화된 바 있고 이러한 예식은 죽은 이들에 대한 정성과 추모이지 조상신에 대한 신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천주교 가정의 명절과 기일의 제사는 미사의 정신인 통공의 의미를 고유한 미풍양속 안에서 발견하는 효와 기도의 신심예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 집안에 초상이 나면?
‘연도, 장례미사, 연미사를 바치고 시기와 상관없이 기도’라는 응답이 42.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도, 장례미사’가 18.8%, ‘연도, 장례미사, 49(50)일 연미사’가 15.8%였다. 교회에서는 장례미사 후 3일, 7일, 30일, 50일에 죽은 이를 위한 연미사를 봉헌할 것을 권장한다. 조사분석팀은 ‘삼우제는 유교에서, 사십구재와 백일재는 불교에서 유래된 의례인데도 교회 연미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여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볼 때 시급히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상·제례 문화의 보다 나은 토착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올바른 천주교 제례문화에 대한 인식’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3.0%였다. 이어 ‘본당 내 영안실 확충 및 비신자에게도 영안실 개방’(13.5%), ‘자녀들과 함께 연도 바치기’(10.6%), ‘연도의 통일성과 역사에 대한 교육’과 ‘매장 중심에서 납골중심의 장묘문화로 정착’이 4.0%였다. 토착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제례 문화에 대한 교리적 측면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조사분석팀의 견해다. 교리적으로 옳고 그른 것들에 대해 교회가 명확히 규정해 신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전달할 필요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설문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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