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오후 1시, 서울 부암동 W컨벤션센터에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20명, 신부 20명 다문화 행복 결혼식이다. 결혼 1년차 부터 10년차까지 연차도 국적도 다양한 신부들이지만 하얀 웨딩드레스 속에 다시 수줍은 새신부가 됐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가정 20쌍에게 ‘행복 결혼식’을 선물한 주최는 KT&G 복지재단. 성북구 다문화가정지원센터(센터장 곽정남 수녀)에 다니고 있는 10쌍의 다문화 부부들도 이날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행진곡이 울리자 필리핀에서 온 암변제라벨·김동현 씨 부부, 몽골에서 온 벌러르치맥·성연술 씨 부부, 캄보디아에서 온 반니네트·정춘호 씨 부부, 베트남에서 온 레티땀러이·정재형 씨 부부 등 스무쌍의 사연 많은 부부들이 가족 친지의 축복 속에 동시입장했다. 손을 잡아줄 친정아버지도, 따듯하게 안아줄 친정어머니도 없지만 시댁 식구들과 자녀들의 박수에 연방 싱글벙글이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상영시간. 아내는 서툰 한국말로 “우리 친정 부모님 돌봐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행복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편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에게 시집을 와 시부모님과 아이를 위해 헌신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베트남에서 온 경티파오씨는 KT&G측에서 깜짝선물로 마련한 ‘친정식구들이 보내는 영상편지’를 보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가수 바다 씨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면서 “모두 행복하시란 바람을 담아 마음을 다해 축가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가수 이현우 씨는 자신의 노래 메리 미(Marry me)를 불러 신랑 스무명의 청혼가를 대신했다. 그룹 룰라의 김지현·채리나 씨는 “이제 두 사람 앞에는 하나의 인생만 있으리라”는 내용의 인디언 아파치족의 결혼축시 ‘두사람’을 낭독해 객석을 감동시켰다.
결혼 3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강용남씨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결혼식을 못 올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내에게 결혼식을 선물할 수 있게 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강용남씨의 아내 크엉티남씨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꼭 입어보고 싶었다”면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다니 꿈만같다”며 행복해했다.
곽정남 수녀는 “오늘 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이 현실의 어려움을 딛고 행복하게 잘 살아주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봤다”면서 “친정이 멀리 있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센터를 잘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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