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10월 27일 발표한 사목교서는 교구장 착좌 후 첫 교서라는 무게와 함께, 앞으로 걸어갈 교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주교는 이번 사목교서에서 새 복음화(Neo Evangelizatio), 내적 복음화(Ad Intra Evangelizatio), 외적 복음화(Ad Extra Evangelizatio) 3가지를 ‘교구 공동체의 나침반’으로 제시했다. 신자 수 72만여 명의 거대 교구를 이끌어가는 그 첫 걸음을 떼며 발표한 출사표 제목이 ‘복음화’인 것이다. 실제로 새 복음화, 내적 복음화, 외적 복음화에서 ‘새’‘내적’‘외적’이라는 머리말을 빼면 방점은 모두 ‘복음화’에 있다.
복음화가 나침반이라면 그 나침반을 들고 찾아가야할 1차 목적지는 ‘청소년’이다. 이 주교는 복음화를 실현하는 구체적 작업으로‘청소년 사목’에 주목했다. ▲복음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구장 중점 사목 방향, 그리고 ▲청소년을 골자로 하는 2010~2012년 사목 지침 내용을 살펴본다.
▶ 교구장 중점 사목방향
교구장 주교가 이번에 밝힌 교구장 중점 사목 방향은 ‘복음화’로 요약된다. 이번 사목교서에서 밝힌 교구장 중점 사목 방향은 이 주교가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온 3가지 복음화 범주를 그대로 담고 있다. 바로 새 복음화, 내적 복음화, 외적 복음화다. 복음화를 사안별 문제가 아닌 통합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복음화에 대한 사명이 어느 본당, 어느 신자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절대 보편성을 띤다는 점에서 이번 중점 사목방향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복음화를 한쪽 시각으로만 보지 않고 그 내연과 외연을 모두 포괄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 나아가 이번 중점 사목방향은 복음화에 관한한 어느 한 가지도 손가락 사이로 빠트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새 복음화’는 사목교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로 그동안 수원교구가 역점을 두고 시행해 온 모든 복음화의 노력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목교서는 ‘새 복음화’는 “수원교구 제1차 시노두스의 양대 실현과제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행해 온 ‘대리구제의 정착’과 ‘가정의 성화’가 중심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그동안 진행되어온 소공동체 활성화 및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대리구제, 가정 성화 노력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가치와 진리라도 그 가치와 진리를 시행하는 주체에 따라 결실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복음화는 진리지만, 그 복음화를 이루는 시기와 주체가 달라지면 그 방법론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새 복음화가 단순한 답습이 아니기 위해선 새로운 비전속에서 기존 가치들은 새롭게 해석, 분석, 실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마르 2, 22).
교구도 이 같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사목교서와 함께 작성한 해설서에 이런 말이 들어 있다.
“목표에 따른 기존의 부족하였던 여러 방법론들에 대해 새로운 열정으로 현재의 상황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점검하여 분석한 후 더욱 진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론들을 개발하여 새로운 방법과 표현을 통해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
▲’내적 복음화’는 새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보여진다. 사목교서에 따르면 내적 복음화는 교구 정체성 확립의 또 다른 말이다. 실제로 안양, 평촌, 과천, 산본, 의왕, 성남, 분당, 안산 등 경기 남부 지역 주민들이 대부분 그렇듯 수원교구내 상당수 신자들이 ‘수원’이 아닌 ‘서울’을 주요 생활권으로 하고 있다. 수원을 중심으로 한 교구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체성 확보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적으로 탄탄하지 않으면 새 복음화, 외적 복음화도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정체성 확보 및 정체성의 영성화 노력(내적 복음화 실현)이 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목교서는 그 대안이자 정체성의 도구로 ‘순교 정신’을 제안하고 있다. 교구는 사목교서와 함께 낸 해설에서 “수원교구에 있는 많은 순교 사적지들을 중심으로 수원 교구민 모두가 순교자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내적으로는 투철한 순교 성인들의 삶을 본받고, 외적으로는 순교의 모습으로 이 시대에 복음적 삶을 증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적 복음화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일차적 목표라고 표현한 것은 다른 다양한 내적 복음화의 영역이 상존함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해설서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주님이신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는 성체조배 및 영성 강화 교육 등 다양한 영적 성장 프로그램들을 피정, 교육, 강론 등에 반영하여 영적인 성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적 복음화’는 실천적 의미가 강하다. 신자 개개인이 세상에 나가 삶과 입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 활동과 해외 선교 활동, 사회복지를 통한 간접 선교, 사회정의 등 모든 증거 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다.
외적 복음화는 이 주교가 윤리 신학자라는 점에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주교가 가톨릭사회 교리적 측면에서 교회가 소외받는 이들과 항상 함께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교구의 대사회적 접근이 새로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외적 복음화가 교구의 ‘활기’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동감 있는 외적 복음화는 또한 새 복음화와 내적 복음화를 전제로 한다.
이 같은 과제들은 희생과 노력, 땀, 복음화 열정 없이는 구현이 불가능하다. 새 복음화, 내적 복음화, 외적 복음화라는 삼위일체 복음화의 실현을 위해 교구민의 많은 기도와 희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 2010-2012년 사목 지침: ‘교회와 청소년’
사목교서는 새 복음화, 내적 복음화, 외적 복음화의 구호를 실현하는 구체적 1단계 머릿돌로 ‘청소년’을 놓았다. 당분간 수원교구가 청소년 문제에 올인(다걸기) 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사목교서는 청소년 사목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이용훈 주교가 사목교서에서 “청소년 사목은 교회의 미래를 설계하고 완성시키는 무엇보다 중요한 복음화의 과제”라는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를 위해 사목교서는 구체적으로 “교구에서는 청소년국을 중심으로 각 국이 협력하여 청소년 사목의 극대화와 새로운 도약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위원들을 선발하여 위촉하고, 청소년 사목의 효율적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검토와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소년 사목이 교회의 재정적인 투자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며, 청소년들이 신앙과 교회를 멀리하고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목교서는 본당과 가정, 소공동체를 통한 종합적 차원의 청소년 문제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에 한정된 시각이 아닌 교구내 모든 역량을 모으는 차원의 종합적이고 전방위적인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목교서는 “교구는 대리구와 본당 공동체와 함께 부모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부모들이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청소년들의 신앙 교육은 그들의 가정과 본당의 교리교사들에게만 맡겨진 것이 아니므로, 가정과 반·구역의 모든 교우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영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본당 공동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사목교서는 “본당 공동체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앙 기초교육과 사회에서 보충하지 못하는 전인교육을 병행하여야 하며, 특별히 본당 청소년을 위한 전례는 하느님의 말씀을 느끼고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 훌륭한 장인만큼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전례를 거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목교서는 더 나아가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사목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 안에서 봉사할 교리교사와 여러 부류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배려도 언급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오늘날 교회의 사목적 노력들은 점점 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렇게 교회의 정체된 청소년 사목 구조는 결국 청소년들이 교회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제 교구 청소년 사목은 새로운‘틀’속에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용훈 주교 착좌 후 새 옷으로 갈아입은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새롭게 구현될 수원교구의 앞날이 기대된다. 교구 설정 50주년이 4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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