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복음화’라고 할 수 있다. 복음화를 위해서는 먼저 성경을 읽어야 한다. 성경의 메시지가 나한테 다가와야 한다.
복음화는 참여하는 것이다. 참여하는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다. 그렇다면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그저 매주일 미사에만 의무적으로 참례하는 것만으로는 교회를 이룰 수 없다.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응답하고, 그 말씀을 이웃에게 전함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
복음화는 우리의 믿음을 삶과 연결시킨다. 이는 말씀이 곧 내 삶과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소공동체를 통해 이웃과 함께 말씀을 나눌 수 있다. 특히 복음나누기를 통해 말씀을 숙고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안에서 응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소공동체가 지닌 한계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제들을 자신의 것으로만 해석해 자기를 떠난 문제들은 볼 수가 없다. 즉 자기 문제에 파묻혀 사회의 문제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복음화는 그대 자신이 그대의 삶에 응답하는 것이다. 성경을 읽고 혼자 해석한 후, 이에 대해 스스로 응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로 소공동체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소공동체에서는 각자 자신이 성경을 읽고 나름대로 짧게 응답하며 기도할 수 있다. ‘복음나누기 7단계’를 통해 어떤 성경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면, 그 말씀을 반복해서 곱씹을 수도 있다. 이 말씀이 왜 내게 와 닿는지 스스로 대답할 수 있다. 그러면 곧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깊고 조심스럽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복음나누기 7단계’의 큰 장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겸손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또한 성경책만 있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 모두는 성경을 늘 가까이하고, 읽고, 해석해야 한다. 물론 평신도가 성경을 읽고 해석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성경 해석은 어떤 특정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범한 이들도 성경을 읽고 자기들에게 다가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소공동체의 경우를 보자. 소공동체에서도 각자가 성경을 읽고 해석을 한다. 여기서 상호의존이 일어난다. 소공동체에서 함께 성경을 읽고 나눔을 가지면 주일날 사제의 강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소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들은 후에는, 반드시 그것을 자기 삶과 연결시켜야 한다.
신앙을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소공동체는 도움이 된다. 소공동체를 보며 교회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가톨릭교회는 어떤 교회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즉 소공동체는 신앙을 찾는 이들에게 활짝 열린 문과 같다. 특히 사제나 수도자를 직접 찾아가기에 부담스런 이들에게 소공동체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열린 이웃의 모습이다.
각 본당에는 책임을 맡은 사제가 있다. 사제와 함께 일을 하는 사목위원회가 있고, 그 밑으로 소공동체가 존재한다. 사목위원들에게 당부한다. 소공동체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여러분들의 가장 큰 역할이다. 사제가 사목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소공동체에서 선출한 대표들로 사목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내가 사목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알리왈교구에서 이 제안을 직접 시도한 적이 있다.
사목위원회는 소공동체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소공동체 활동을 모니터하며 개선할 점을 제안할 수 있고, 주기적으로 각 소공동체를 방문해 격려하며 서로 친교와 화합을 나눌 수도 있다. 또 소공동체 지도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각 본당에서 소공동체 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사목위원회와 소공동체가 서로 통교하면서 사제를 도와 본당을 위해 일할 수 있다.
사제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제는 매 주일 복음을 통해 전해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강론으로서 신자들에게 전달한다. 가장 큰 직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중에 사목위원회와 함께 소공동체를 방문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신자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음화를 위해 사제가 실천할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다. 사제와 소공동체가 상호작용을 이룰 때 본당의 복음화를 이룰 수 있다.
소공동체는 하나의 믿음 아래서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는 가장 기초적인 모임이다. 동시에 소공동체는 현대 교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단지 아직까지도 명백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도 연구 중이다. 이렇게 아시파 총회와 같은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서 배우고 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회의 본질인 ‘친교의 공동체’를 구현하는데 소공동체가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제5차 아시파(AsIPA) 총회] 강연(요지) - ‘소공동체 창시자’ 프리츠 로빙거 주교
“늘 성경 가까이하고, 읽고, 해석하십시오”
복음나누기 7단계 통해 내 안에 변화 체험할 것
사제·사목회 관심은 소공동체 활성화에 큰 역할
발행일2009-11-08 [제2671호, 13면]
▲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츠 로빙거 주교가 제5차 아시파 총회 넷째 날인 23일 ‘복음화와 소공동체’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