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받는 파키스탄 교회

【바티칸 외신종합】파키스탄은 많은 종교적 분파와 인종, 언어의 다원성이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다. 하지만 사실상 전체 인구 1억6200만 명 중 90% 이상은 이슬람이다. 소수종교인 그리스도교는 최근 종교적, 사회적, 법적, 경제적, 교육적 등 모든 면에서 사회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 종교들 즉 부루교, 힌두교, 시크교 등 모든 비이슬람교 신자들에게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특히 1970년대와 80년대에 급격하게 이슬람교도들과 다른 종교인들과의 평등한 관계가 이뤄졌다. 대신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세력 또한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독립 이후 파키스탄은 1947년과 1949년에 모두 4가지의 헌법을 제정했다. 그 중에서 1973년에 제정된 헌법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국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제정된 헌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후 헌법은 극단적으로 이슬람 중심적인 내용으로 개정되고, 이는 국민들 특히 비이슬람교도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개정 헌법은 종교를 이유로 국민들을 분리해 이슬람교도들에게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예컨대, 헌법 2조는 이슬람을 파키스탄의 국교로 규정하고 코란을 모든 입법의 최고 원천으로 삼는다. 41조 2항은 이슬람교도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60조는 국민을 명백하게 ‘이슬람’과 ‘비이슬람’으로 구분한다.

더 나아가 파키스탄 형법의 295-A항부터 C항, 298-A항과 B항은 이른바 신성모독에 대한 혹독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신성모독법은 현재 매우 심각할 정도로 소수 그룹들에 대한 학대와 오용, 때로는 이슬람교도들 가운데에서도 원한 관계에 따른 보복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법원에 의해 무죄가 판명된다 할지라도, 일단 신성모독법으로 고발된 사람들은 계속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만연해 있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법적, 문화적 차별은 파키스탄 사회에서 반드시 고쳐져야 할 주요한 사회 문제다. 그리스도인들의 경배 장소 및 토지와 재산들은 강제로 몰수되기 일쑤다.

그리스도교와 힌두교의 여자 아이들은 납치, 강간, 강제 결혼이 강요된다. 만약 이런 죄목으로 고발된 이슬람 남성이 있다면, 그는 그저 이 여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혼인을 원했다는 간단한 증서를 발급받으면 그만이다. 법원은 아이들의 연령에 상관없이 그저 발급받은 증서의 진위만 가리고 더 이상의 조사도 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

1997년 2월 6일 3만여 명의 이슬람 폭도들이 펀잡 지역 카뉴왈 시의 한 그리스도인 마을을 습격해 교회 건물을 포함한 마을 전체에 불을 질렀다. 이 사건은 형법 295-B에 규정된 신성모독법으로 고발된 한 그리스도인 남자 사건에서 비롯됐다.

2005년 11월 12일에는 펀잡 지역 난카나에 있는 한 마을에서 2000여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3개의 교회에 불을 지르고 수녀원과 2개의 가톨릭 학교,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의 숙소, 여성 전용 숙소 등 마을의 거의 모든 건물들을 불태웠다.

2006년 5월 8일에는 북서쪽 국경 지역에 위치한 차르사다의 이슬람 군부대로부터 많은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위협적인 편지를 받고 집을 떠나 피난길에 나섰다. 또 2007년 6월에는 같은 펀잡 지역 카뉴왈의 그리스도인 마을 가정들이 같은 위협을 받았다.

올해 4월 22일에는 일단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카라치 외곽 티아사르 마을에 거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공격해 6채의 가옥을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3명의 신자들이 중상을 입었고, 특히 그 중 한 명은 닷새 후 목숨을 잃기도 했다.

6월 30일에는 한 명의 그리스도인 남성이 이슬람의 예언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이후 성난 이슬람 폭도들이 펀잡 카수르 지역 바마니 왈라 마을의 그리스도인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약 100여 채의 가옥을 파괴하고 귀금속과 현금을 강탈했다. 7월 1일에는 한 그리스도교 청년이 코란을 불태웠다는 혐의로 이슬람교도들에게 붙잡혀 고문당하고 경찰에 체포됐다. 7월 30일에는 수천 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코리얀의 한 마을을 습격해 51채의 가옥을 불태웠고, 이틀 뒤인 8월 1일에는 최소한 3000명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고즈라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급습해 7명이 불에 타 죽고 1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십 채의 집이 불탔다.

이러한 사건들은 파키스탄에서 소수 종교인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이슬람교도들의 차별과 폭력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동시에 이슬람교도 자신들 역시 잘못된 법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파키스탄 주교회의 산하 정의평화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최소한 964명이 1986년부터 2009년 8월까지 이 신성모독법에 의해 고발됐다. 여기에는 이슬람교도들이 479명으로 가장 많고, ‘아마디스’(Ahmadis, 불법화된 이슬람 종파)가 340명, 그리스도인들이 119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교회 현황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슬람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전체인구의 95%는 이슬람으로, 그 중 75%가 수니파, 20%가 시아파다. 그리스도교 신자는 전체의 2%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가톨릭 신자는 1%도 안 된다.

가장 큰 가톨릭 공동체는 펀잡(Punjab)지역의 라호르(Lahore)교구다. 총 260만 인구 중에서 39만 명이 가톨릭 신자다. 라호르교구 산하에는 26개의 본당이 있다. 다음은 파이살라바드교구로, 3300만 명 인구 중 18만9000명이 신자고 총 28개의 본당이 있다. 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교구는 3200만 인구 중 17만4000명의 신자를 갖고 있는데 본당은 19개다. 14만5000명의 신자와 15개 본당을 지닌 카라치(Karachi)교구가 그 다음이다.

파키스탄 교회는 많은 가톨릭계 학교와 교육 기관 및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톨릭 산하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교회의 활동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진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교육 지원, 농업개발 지원, 보건의료 지원, 긴급구호 및 자연재해 피해 복구 사업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7만5000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내고 최소한 350만 명의 이재민을 만들어낸 파키스탄 지진 사태 때, 카리타스가 펼친 구호 사업은 대표적인 교회의 자선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