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속담 하나를 살짝 바꿔본다. ‘세 살 기도 습관 평생 간다. 쭈우욱~’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를 중심으로 전 신자가 기도에 맛들이고자 정성을 쏟는 본당이 있다.
지난 11월 7일 오후 안양대리구 금정본당(주임 최충열 신부). 주일학교 교리실 밖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벽을 가득 채운 것은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매일 기도 실천표’. 미사를 마친 어린이들이 벽에 붙다시피하며 자신이 한 주일 동안 봉헌한 기도실천 사항을 표시하느라 분주하다. 매일기도 실천표에는 어린이의 사진과 학년, 세례명, 학부모의 이름과 세례명까지 적혀 있다. 사진 옆 ‘어릴 때 습득한 기도습관은 평생 영적 재산이 됩니다’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띈다.
본당 어린이들이 매일기도에 나선 것은 2년 전. 무분별한 교육 경쟁과 그릇된 인터넷 문화 수용으로 신앙과는 멀어져가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기도’라는 판단에서였다. 본당 주임 최충열 신부는 “대부분 신자들이 기도하지 않고 그 결과 어린이들도 매일 기도 생활을 배우고 습득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교회가 처한 딱한 현실”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말과 글을 깨우칠 때부터 기도 습관을 들이고 기도 속에서 풍부한 성경의 가르침을 얻어 몸과 마음에 믿음이 배도록 하고자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어린이들은 ‘소 성무일도’의 찬미가와 시편 성구, 청원기도 등을 토대로 매일(아침, 낮, 저녁) 기도를 봉헌한다. 매주 토요일 교리 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기도를 바친다. 교리교사는 어려운 시편 구절이나 기도 내용을 함께 읽으며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부모들도 함께 한다. 본당은 학부모들이 어린이들의 매일기도 실천표를 확인한 후 서명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더불어 부모들도 자녀들의 모습을 본받아 기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수업 때문에 점심기도는 못하지만 아침, 저녁 기도는 빼놓지 않는다는 초등부 5학년 김희수(디냐) 어린이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매일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청원기도를 하는 게 기쁘다”고 전한다. “초등부 때 시편을 접하는 건 우리 본당 어린이들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일학교 교사 김경희(마리아)씨는 “실천표에 표시하도록 계속 유도하면서 80~90명의 어린이들이 꾸준히 기도를 봉헌한다. 기도하는 습관이 형성될 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성경말씀을 꾸준히 읽으면서 교리 상식도 풍성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밝힌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신앙인으로 살며 끊임없이 성경에서 영적인 양식을 찾아먹을 수 있는 방법은 곧 기도”라고 강조한 최 신부는 “‘기도해라’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기도에 맛들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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