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피정이었으면서 동시에 가장 큰 은총이 주어진 한 달 피정이 생각납니다.
생애 처음으로 고해성사가 부담스러웠던 피정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하느님께 대한 의탁의 마음이 없어서 그랬는지, 생각해 보면 고해성사 자체가 힘들고 부담스러웠던 피정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나의 영적 성장과 함께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마귀 새끼 한 놈이 같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고해성사가 두려웠고, 어떻게 하면 피정 중에 고해성사를 안 보고 넘어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밤이 으슥한 시간이 되었고, 잠도 못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당시 주방 봉사를 해 주던 선배 수사님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내 방 침대에 털썩 앉더니, “야, 피정 잘 돼?”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했습니다. “형, 고민이 생겼어! 정말이지 고해성사 보기가 너무 싫어 죽겠어! 미치도록 싫어. 왜 그런지 모르겠어. 그리고 고해 신부님이 내 고해를 들으면, ‘야, 너 같은 인간은 수도원 나가!’라고 말할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나는게…!” 그러자 그 선배 수사님이 대뜸 한다는 말이, “야, 뭐가 걱정이냐! 고해소에 혼자 들어가기 싫으면, 누구랑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당황스러워진 나는, “아이고, 이 사람이 그래도 선배랍시고 내 방에 와서는, 그래, 잘 한다, 잘 해! 혼자도 들어갈까 말까 하는데! 아이고, 차라리 내일 아침 내 밥에 청산가리를 섞어 먹여 날 죽여라, 죽여!”
그러자 그 선배 수사님은 “이 사람이! 혼자 들어가지 말고, 성모님하고 같이 들어가라고! 성모님하고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그러면 뭐가 걱정이야. 그분이 옆에 계신데!” 순간 가슴이 찡하면서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그 다음 날 고해소에 성모님 손을 잡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고해소에서 펑펑 울고 나왔습니다.
눈물 흘리는 동안 그 마귀 새끼도 후다다닥, 도망치는 소리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한 달 피정은 은총 그 자체의 피정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 이후 성모님은 고해소에서 뿐 아니라, 피정 내내, 그리고 어제도, 오늘도 내 손을 잡아 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내일도 잡아 주실 겁니다.
성모님 손, 꼭 잡고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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