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넘치는 봉사직
자애로운 예수님께서는 항상 사랑의 팔을 활짝 펴시며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부족하기만한 저를 봉사자로 부르셔서 마음이 아프신지 뵙기에 유난히도 무겁게만 느껴지는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멋모르고 봉사한 세월 2년이 지나가면서 요즈음은 덜컥 겁이 납니다. 신앙에 대한 깊이와 이제껏 봉사를 통해 부족했던 모두가 다시 발목을 잡습니다. 신부님과의 면담을 통해 다시 2년을 봉사할 것을 약속드렸으나 마음은 천근입니다. 무엇하나 그분께 보여드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신부님께서 재임명을 하신 후 상임위원들 피정이 있는 날입니다. 일반 피정과는 달리 침묵피정을 통하여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성모님께 약속드리는 날입니다. 제대 앞에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인자하신 성모님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뵙기에는 처음인 듯 싶습니다. 유난히도 눈이 크신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얘야 ! 부족하지만 내가 너를 도구로 쓰기 위해 이 자리에 불렀으니 망설이지 말고 열심히 하거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피정 도중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습마저도 겸손이 아니라 교만이었다는 것을 성모님께서는 일깨워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봉사직을 신부님으로부터 요청받게 되면 으레 ‘시간이 없어서’ 아니면 ‘소양이 부족해서’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핑계일 뿐, 겸손이 아닌 교만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크신 눈을 본 이후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봉사직이란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택하셨다는 그 큰 뜻에서 우린 기꺼이 순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봉사직으로 부름을 받은 제가 너무나 행복합니다. 6000여 명의 신자가 함께하는 율전동본당에서 행복이 철철 넘치는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행복이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와 마음을 통해 하염없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고 또한 그 과정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총회장’이라는 봉사직이 무거운 십자가 아닌 가장 아름답고, 예수님 가까이에서 그분과 함께하는 직분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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