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힘을 얻고, 성령의 손에 이끌려, 거룩함 곧 완전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생활이 사제 영성생활의 핵심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든 비그리스도인이든 ‘모든 이’가 거룩함에 부름받았다는 것을 천명하였다.
그러면서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신분 지위에 관계없이 그리스도인다운 완성된 생활과 완전한 사랑을 실현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말씀은 특별히 모든 사제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이라고 상기시키고 있다(사제양성 19항).
거룩함의 원천이시며 거룩함으로 초대하시는 성령께서는 성부께서 태초부터 모든 사람을 부르시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고, 그래서 성령께서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아버지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도록 사제를 부르시고 계시다는 것을(에페 1,4-5) 알려주고 계신다.
사제 영성생활의 핵심에 대한 문헌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으나 필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 마련한 「한국 사제양성 지침서」에서 이를 찾아보고자 한다.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을 그리스도의 대리로 행하는 사람이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 안에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배우고 따르며,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학생들은 생활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행동하는 삶을 이루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한국 사제 양성 지침 45항).
여기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며 살지 않으면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할 수 없다’는 단호한 전체 부정이다. 하느님의 일은 하지만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든지, 불충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단호한 정의를 내렸을까.
이 말은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며 살지 않는 사제는 한평생 교회에서 사제로 살았더라도 하느님의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사제 개인을 위해 일했거나, 헛일을 한 것이라고 밝히는 것과 같다. 이 말은 필자가 사제의 한 사람으로서 들었을 때 정말 심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한평생 헛일하고 산 것인가 하고 내심 자문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제가 사제로 살기 위해서 무엇을 먼저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은 “온 마음을 다하고 온 영혼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여”(신명 6,5)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는 영성생활일 것이다. 이제 과제가 주어졌다. 과연 어떻게 하느님과 일치를 이룰 것인가.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44호(2003년 여름)에 실린 김기화 신부의 ‘현대사제의 영성’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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