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갈 수 없다. 길을 찾으려 해도 막막하기만 하다.
박정훈(예비신자·34)씨는 지난 7월 23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사고가 일어난 날이다.
카센터를 운영했지만 곧바로 문을 닫았다. 세금도 내지 못한 채 몇 푼이라도 벌어야겠기에 아는 형을 통해 충북의 한 주유소에 취업했다. 맡은 일은 탱크로리 운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따로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곁눈질로 보아가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또 일했다. 하지만 일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터졌다.
“핸드폰과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은 채 기름을 옮기면 안됐던 거예요. 교육을 받지 못해 몰랐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탱크 위에 올라가 뚜껑을 열었는데 불길이 확 붙었어요.”
온몸에 불이 붙었다. 탱크에서 뛰어내렸지만 불은 더 번진 채였다. 오른쪽 발목은 두 동강이 났고, 왼쪽 손목은 신경이 끊어졌다. 전신 51%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50일을 중환자실에서 사투했다. 화상, 골절 등 수술만 6차례다. 두 동강난 발목에는 철심을 박고 왼쪽 손목은 신경수술을 받았지만 전혀 쓸 수 없다.
직원교육을 하지 않은 주유소는 개인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며 1천만 원만 보상한 상태다. 게다가 연락을 끊고 문까지 닫았다.
“제가 결혼을 일찍 해서 딸만 셋입니다. 큰 애는 처남 집에 가있고, 둘째는 막내누나 집에, 셋째는 큰 누나 집으로 다 뿔뿔이 흩어져있어요. 막내는 이제 2살인데….”
형제들도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라 보증금 천만 원, 월세 15만 원짜리 방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누추한 방이라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여름부터 지금까지 3600만원의 병원비가 밀려있어 퇴원도 하지 못한다.
아내 곽영규(루시아·33·청주교구 이원본당)씨가 금세 눈시울이 발개지며 눈물을 흘린다.
“없는 사람은 몸 하나가 재산인데 이제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겠어요. 손을 뻗을 곳이 없다는 사실이 막막합니다. 아빠 목소리를 들려달라는 아이들 생각만 하면 자꾸 이렇게 눈물이 나네요.”
※ 도움 주실 분 703-01-360450 농협 702-04-107874 우리은행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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