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대리구제는 새로운 틀이었고 시도였다. 교구 조직과 구조의 변화는 변혁이었고 개혁이었다. 개혁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 대리구제라는 새로운 시도로 직면하게 될 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 교구가 대리구제를 시행한 것은 단순히 교구를 사목활동하기 편하게 적당한 크기로 나누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리구제를 통해 ▲사제들이 대리구장과 대리구를 중심으로 보다 긴밀한 친교를 나누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평신도들이 교회의 삶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신자들의 사목적 욕구가 보다 빨리·쉽게 반영되어 교회가 더욱 신자들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교구(교구청)가 행사와 교육 중심 기능에서 나아가 미래지향적 사목정책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계발하는 역할을 하도록 교구청 업무를 개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었다.
대리구제 시행 3년. 교구는 이 시점을 대리구제의 본래 목적 수행에 대한 평가의 시기로 삼고 있다. 교구장 중점사목방향 해설집은 ‘이 시점에서 상기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며 결과를 분석해 교구만의 독특한 대리구제를 더욱 더 견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전한다.
대리구제 3년을 통한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리구 관할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사목이 여러 차례 대리구별로 시도됐고 성과를 거뒀다. 대리구 사제단은 다양한 모임과 행사를 통해 일체성을 높였다. 대리구별로 평협 조직이 갖춰졌고 대리구 청소년국을 중심으로 한 주일학교, 청년 활동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각 대리구 활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현재까지 대리구에서 시행해 온 사례를 수합해 분석하고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리구제를 실시하는 타 교구와 전 세계 보편교회의 사목구조를 벤치마킹하고 현재 시스템의 오류를 수정·보완해야 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목대리구제도를 지역대리구체제로 확대해 운영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올 9월 사무국과 사회복음화국이 각 대리구에 신설되고 국장 신부가 임명된 것도 대리구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는 첫 걸음이다.
해설집은 ‘교구 중심 행사들을 많은 부분 대리구로 이관해 실시해 대리구의 성장을 꾀하고 각 대리구의 특색 있는 사목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충하여 운영하는 것도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규모와 역할 면에서 하나의 작은 교구라 할 수 있는 대리구이지만 인적·물적 지원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대리구 기능의 확대에는 그에 따른 인프라 구축과 교구의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리구제 활성화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중점사목방향 중 하나인 새 복음화(소공동체·청소년신앙생활 활성화)의 밑거름이다. 대리구제도는 행정적 편의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교회가 보다 더 신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주된 목표가 있다.
교구가 대리구의 활동을 지원하고 대리구는 본당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며 본당은 소공동체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교구는 대리구제가 처음 시행됐던 당시의 목표와 다짐을 되새기고 3년 시행의 결과를 성찰해야 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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