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묵이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붓 끝에서 생명력을 얻었다.
한국 서단에서 내로라하는 서예가들이 모여 ‘가톨릭 서예인회’(회장 강덕원, 지도 정경수 신부)를 발족했다. 임금에 대한 충심, 사랑하는 이를 향한 연모의 정을 담아 묵에 생명을 불어넣은 조상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붓 끝에 생명의 숨결을 담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상은 임금도 연모하는 이도 아닌 아버지 하느님이다.
국내 서예계를 이끄는 주역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봉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서예가들은 천주교가 아닌 불교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가톨릭 서예인회의 창립은 서예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교회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경수 신부(광주 신동본당 주임)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톨릭 서예인회에는 국제서예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학정 이돈흥(아우구스티노) 선생과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인 고봉 이선경, 동우 최돈상, 난설 황정숙 선생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천주교의 혼을 살리는 동시에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서예”라고 강조한 정 신부는 “가톨릭교회와 한국전통문화의 조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서예인회는 첫 발걸음으로 12월 2일 평화화랑에서 창립기념 ‘서예성물’전을 마련한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요한 1,1)를 주제로 전시되는 작품들은 성경구절을 비롯 기도문, 묵상글 등으로, 하느님을 향한 작가들의 마음이 하얀 화선지에 드러나 있다.
또한 2009년 ‘세계서예 전북 비엔날레’에 참가한 바 있는 예송 강덕원(요한보스코) 회장의 제안으로 한지등, 서각작품, 천연염색 등을 제작했다. 생활 속에서 신자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물건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새겨보자는 것이 이유였다.
강 회장은 “좋으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면서도 격이 떨어지는 글씨들이 대중들에게 많이 퍼져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면서 “하느님 말씀에 서예의 예술을 더해서 격을 높여보자는 의도에서 서예인들이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서예인회는 전시뿐만 아니라 ‘아베맘(Avemam)’이라는 브랜드를 제작해, 서예성물 보급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전시 및 후원문의 010-2008-7127 강덕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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