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평소에 남 돕기를 그렇게 좋아했어요. 성당에서 활동할 때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죠.”
지난 7월 뇌사상태인 남편 권세영(미카엘)씨와 이별하며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남편의 각막과 장기기증을 결심한 반희숙(루치아·서울 수유1동 본당)씨.
그는 11월 22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09년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에 참석해 남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며 생명존중의 숭고한 뜻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남편을 대신해 감사패를 받은 반 씨는 “장기기증을 간절히 소망하는 환자분들에게 희망이 돼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남편은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기증을 할 때가 되자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반씨는 남편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잘못된 건 아닌지 수없이 생각했다고 한다.
“하루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문득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 신앙의 핵심인 부활이 꼭 ‘육신의 죽음과 부활’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어요. 하느님의 뜻에 맞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면 그게 바로 부활이 아닐까요.”
그는 “쓰여질 수 있는 몸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일”이라며 “장기기증은 하느님의 뜻에 가장 부합한 신앙고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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