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친정이라면, 한국은 시댁이죠. 결혼은 안했지만….”
한국말을 하는 양 수산나(Susannah Mary Younger·73) 여사의 목소리만 들으면 영락없이 친근한 옆집 할머니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지도 벌써 반세기가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복음서를 통해 그리스도를 믿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과 강생의 신비에 대해 깊이 깨달은 그는 옥스퍼드대학 3학년 시절 가톨릭교회에 입교해 선교에 뜻을 두게 됐다.
“Incarnatio(강생),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잖아요. 저도 세상 한가운데서 사람들에게 그분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런 그가 한국을 선택한 것은 선교에 뜻이 있는 사람들 모임에서 듣게 된 한국교회사에 대한 강의 덕분이다. 자신이 신앙을 갖게 된 과정과 닮아서일까. “스스로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이 가득 느껴졌다.
수산나 여사는 1959년 당시 대구대교구장 서정길 대주교의 초청으로 입국해 대구 지역의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과 여성들을 위해 노력해왔다. 1962년 ‘가톨릭여자기술학원’(현 가톨릭푸름터) 설립 후, 그는 보호가 필요한 여성들의 가족이 되어주며 인성교육과 미용·자수 등의 기능교육을 통해 사회적응과 자립을 도왔다. 이는 대구 지역 사회복지, 특히 여성복지의 효시라 할 만하다. ‘가톨릭여자기술학원’ 설립 전에는 악조건에 처한 구두닦이 소년들을 도왔고, 하양 ‘무학농장’을 통해 농민들을 도와주는 등 지역민을 위해서도 봉사해왔다.
1973년 프랑스 루르드 ‘Auxilium 문화양성센터’의 교육을 맡으면서도 계속 한국을 왕래하던 그는 2004년 은퇴 후 다시 한국에 왔고 현재 ‘가톨릭푸름터’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한국 할머니’로 살고 있다.
가톨릭푸름터(원장 이명식 베로니카)는 수산나 여사의 한국 입국 50주년을 기념해 12월 12일 오후 3시 대구대교구청내 교육원 대강당에서 조환길 주교 주례로 감사미사 및 축하연을 가질 예정이다.
※문의 053-764-8536~7 가톨릭푸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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