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출산조절법’은 인간 생명과 혼인, 가정의 본질을 유지·증진하는 방법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방법의 실천은 자녀출산조절뿐 아니라 부부 사이의 신뢰와 책임감, 존중감을 강화하는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자연출산조절법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무분별한 인공피임과 낙태를 막고 올바른 성가치관을 확산하는 대안책으로 적극 제시된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 가톨릭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구인회 교수)가 공동으로 마련한 학술 심포지엄은 이러한 자녀출산조절법의 가치와 교회 가르침, 올바른 실천 방법 등을 되짚어보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심포지엄은 ‘우리나라 부부들의 자녀출산조절 실태와 교회의 가르침’을 주제로 11월 28일 오후 1시 가톨릭대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서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 원인으로는 가족관과 성역할관, 성보건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태도 변화 등이 꼽힌다. 특히 과거 정부 정책으로 인한 만연된 무분별한 피임과 낙태는 출산율 감소뿐 아니라 심각한 심리적·정신적·윤리적 폐해를 야기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피임과 낙태의 문제점을 알리고 올바른 부부관계 및 가정공동체 형성을 돕기 위해 오랜 기간 ‘자연출산조절법’을 보급해왔지만,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때문에 신자들도 자연출산법에 대해 올바로 알거나 실천하는 비율이 적고, 심지어 인공피임을 허용하자는 의견까지 공론화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포지엄 전체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동익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총무)는 “자연출산조절법은 생명윤리가 가르치는 가장 핵심적인 면을 모두 포함한다”며 “교회는 자연출산조절법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지원과 기반 마련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신부는 “각 본당 등을 통해 신자들이 자연출산조절법을 쉽게 배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예비신자교리 등의 과정에서도 적극 포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통해 ‘자녀출산조절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한 송열섭 신부(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총무)는 “그동안 교회는 낙태에 대해서는 비교적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피임 문제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며 “부부행위를 부부일치 혹은 자녀출산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국 피임이나 낙태를 정당하게 여기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신부는 “교회는 부부들이 자연출산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교와 사제, 남녀 수도자, 의사를 포함한 평신도 전문가들은 가정사목의 행동인으로 적극 참여해 도울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기조강연에 이어 총4개의 주제 연구 발표가 이어졌다.
‘… 가임여성들의 출산조절(가족계획) 실태와 문제점’ - 맹광호 가톨릭의대 명예교수
“다자녀 가정 지속적인 지원 필요”
우리나라 유배우 가임부부들의 자녀출산조절은 정부의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에 의해 시작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피임 실천율 증가를 보였고, 합계출산율 또한 급격히 감소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인공임신중절은 2000년대 들어 예전보다 감소하는 경향이지만, 아직도 유배우 부인들 10명 중 3~4명은 인공임신중절 수술 경험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15~44세 유배우 부인들의 피임실천율도 80% 수준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부부들에게서는 지나친 ‘소자녀 개념’과 습관화된 피임사고의 문제점을 비롯해 일시적 피임에 대한 지식 부족, 인공임신중절을 출산조절방법으로 사용하는 잘못된 행태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또 일시적 피임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피임에 실패함에 따라 영구피임인 불임수술과 인공임신중절도 증가한다.
최근 정부는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소자녀 개념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부부들의 피임 사고가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따라서 ‘다자녀 가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안전하게 자녀 터울 조절을 할 수 있는 자연적인 출산조절 방법 등의 보급이 필요하다.
‘인공피임의 작용원리 및 의학적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점’ - 최숙희 산부인과 전문의
“피임은 인격적 차원 배제된 폭력”
피임은 생식 기관의 존재 목적을 교란시키고 성행위에 따른 생식의 의미를 훼손시키므로 윤리적으로도 정당하지 않다. 즉 피임이 비윤리적인 것은 인공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부부 행위의 인격적 차원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의 불임기에만 성행위를 하는 자연출산조절은 부부 행위의 본질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므로 윤리적으로 정당하다.
특히 인공피임은 대부분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정된 수정란의 발달을 막는 것으로, 엄밀히 말해 ‘낙태’다. 자궁내 장치, 응급피임약 복용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의 많은 피임 도구들은 사실 낙태용이라 할 수 있고, 또 낙태 자체가 피임법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인공피임은 자기 몸의 정상적 구조와 생리 작용을 파괴하고 변형시키는 몸에 대한 폭력이다. 피임약은 많은 의학적 부작용을 일으키며, 콘돔 사용으로 에이즈나 다른 성병들이 효과적으로 예방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울러 대부분의 경우 피임의 실패가 낙태로 이어지게 됨으로써 피임과 낙태는 분리시켜 다룰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증가하는 불임증은 피임과 낙태의 합병증과 무관하지 않다.
‘자연출산조절의 원리와 출산조절 효과’ - 강인숙 인천교구 가정사목국 생명분과장
“부부 신뢰·존중 강화에 유익”
자연출산조절법에는 ‘주기법의 원리’와 ‘증상체온법의 원리’, ‘빌링스 배란법의 원리’ 등이 있다.
자연출산조절법은 자제력과 훈련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부부 사이의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고, 인간 본성의 여러 표현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여성이 자신의 육체의 신비를 알고, 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기관인 자궁을 소중히 간직하려는 자세의 변화를 갖게 하는데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자연출산조절법은 대량의 이윤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의학계나 대중매체는 이를 외면해왔다.
자연출산조절법을 통한 고유한 생물학적 리듬에 대한 인식, 내적 친밀한 대화, 육체적·영성적 요구들에 대한 이해는 주기적인 성적 절제를 받아들이도록 부부를 돕게 된다. 모든 종류의 자연출산조절법은 부부가 임신을 지연하고자 할 때 짧은 기간의 절제를 요구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절제는 부부 사랑의 일치를 위해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배려와 존경을 복돋아주고 서로의 책임감을 깊게 한다.
또한 이 방법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과 자기 절제의 희생은 완전한 가족공동체를 형성하는데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 자연출산조절방법 보급역사와 실태 및 문제점’ - 이숙희 한국행복한가정운동 회장
“지식보급·전문 지원책 병행돼야”
자연출산조절법은 인간생명과 혼인 및 가정의 본질을 유지하고 증진하며, 자녀 출산뿐 아니라 부부 사랑에 도움을 주고 가정 안에 생명을 받아들이는 최고의 방법으로 성·생명교육의 대안이 된다.
자연출산조절법은 단순히 인공피임에 반대되는 자연피임의 한 방법이 아니다. 이는 건강하게, 임신을 하고 싶을 때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건강한 생식력을 지키는 방법과 지혜를 알려준다. 이 방법은 한국행복한가정운동을 통해 오랜 시간 보급됐다. 특히 정부 정책으로 인해 무분별한 인공피임과 불임시술이 만연한 때에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건강하게 출산조절을 원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데 기여했다. 또 청소년 성교육과 피임 및 인공임신중절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자연출산조절법은 실패율이 높다거나 남편의 협조 부족, 간편한 피임약과 기구들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당해왔다. 교회 안에서조차 자연출산조절법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피임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자연출산법이 올바로 활용되도록 돕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한 지식을 보급하고, 배우자와의 갈등과 가정 내 문제점 해결 등을 돕는 전문적인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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