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순교자들의 이름 가운데 ‘조이’라는 이름이 유난히 많다. 김조이, 심조이, 최조이, 이조이…. 그렇다면 ‘조이’는 당시 유행하는 이름이었을까. ‘조이’는 당시 ‘과부 혹은 나이 많은 여성을 점잖게 가리키는 이두’였다. 전주교구 지역에도 ‘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느님의 종이 많다.
▧ ‘조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이들
남편으로부터 교리를 배워 입교한 ▲김조이(아나스티아)는 자녀들의 교리교육과 함께 마을 부인들의 교육에까지 전념했다. 1827년 정해박해가 일어나자 부부는 다른 곳으로 피신했는데 그곳에서 딸 ▲이봉금(아나스티아)을 낳고 선교사를 집에 모시기도 했다.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 이들 가정도 위협받기 시작했다. 당시 남편이 집에 없어 김조이는 딸을 데리고 전라도 광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홍재영(프로타시오)의 집으로 피신했는데, 이곳에서 교우들과 함께 체포되고 만다.
전주로 압송된 그들 모녀는 심문을 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떠한 시련을 당해도 신앙의 가르침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옥중생활에서 얻은 병과 형벌로 인한 상처로 김조이는 1839년 10월 50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어머니가 옥중에서 순교한 것을 본 딸 이봉금은 큰 충격을 받지만 하느님 안에서 힘을 얻고 참수당하겠다는 결심을 지켜나간다.
이봉금은 어머니가 순교한 지 두 달 후인 1839년 12월 12세를 넘지 못한 나이로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심조이(바르바라)는 인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20세 무렵 홍봉주(토마스)와 결혼했다. 1801년 순교한 홍낙민(루가)은 그의 시할아버지였으며, 함께 체포돼 순교한 ▲홍재영(프로타시오)은 그의 시아버지다.
심조이는 지능이 매우 낮아 아무리 노력해도 중요한 교리 외에는 배울 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신앙은 말할 수 없이 굳었으므로 자선심은 비길 데가 없었다.
1839년 심조이는 시아버지 홍재영이 전라도 광주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많은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자신의 집으로 피신해 왔지만 그는 언제나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얼마 후 심조이는 시아버지를 비롯해 교우들과 함께 체포돼 전주 감영으로 끌려간다. 그는 고문이 시작됐어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고통을 참아 받았다. 한 살 된 막내아들이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끔찍했지만 신앙으로 이를 극복했다.
심조이는 형벌로 인한 고통에다 이질까지 걸렸으며 스스로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알게 되자 태연히 준비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1839년 11월 11일 심조이는 26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고 몇 시간 후 그의 아들도 어머니를 따랐다. 시아버지 홍재영도 1840년 1월 4일, 60세의 나이로 참수됐다.
1801년 경기도 여주에서 순교한 최창주(마르첼리노)의 딸인 ▲최조이(바르바라)는 ▲신태보(베드로)의 아들과 결혼했으나 얼마 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됐다. 1827년 정해박해 때는 시아버지와 같이 체포됐다가 석방된 적도 있었다.
이후 최조이는 친구들 집에 얹혀살며 옥에 갇혀 있던 시아버지를 자주 찾아갔으며, 다른 죄수들에게도 도움을 베풀기 위해 노력했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체포된 그는 ‘자신이 최창주의 딸이라는 것과 시아버지 신태보 또한 전주에서 순교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너는 죽는 길밖에 없다’는 감사의 말을 들은 최조이는 1840년 1월 4일 50세의 나이로 참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최조이와 같은 날 체포됐던 ▲이조이(막달레나)도 32세의 나이로 함께 순교한다.
이 밖에도 ‘전라도의 사도’ 유항검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며 교리를 배운 ▲김천애(안드레아), 이순이(루갈다)의 남동생 이경언(바오로), 12년 동안 전주 옥에서 생활했다 함께 순교한 ▲이일언(욥) ▲이태권(베드로) ▲정태봉(바오로) ▲김대권(베드로), 19세의 나이로 꿋꿋이 순교해 ‘요망한 괴물’로 불렸던 오종례(야고보) 등도 모두 전주에서 순교했다.
또 김제에서는 ▲한정흠(스타니슬라오)이, 무장에서는 ▲최여겸(마티아)이 각각 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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