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이 기분 좋은가 봐요.”
“네가 더 좋아 보이는데.”
자신의 키 몇 배나 되는 말에 올라 갈기를 쓰다듬는 승현(가명?초3)이의 달뜬 웃음소리에, 아이를 태운 말도 기분이 좋은 듯 유난히 경쾌한 발걸음과 콧소리로 화답한다.
매달 2, 4째 주 토요일, 충남 논산 부창동 준승마연구소 승마장에서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어우러져 묘한 광경이 연출된다.
풍경의 연출자는 논산 쌘뽈여자고등학교 체육교사인 최성준(다니엘·57·논산 내동본당)씨. 주연은 단연 아이들이다. 세 마리의 말들도 조연에 익숙해진 듯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들이 승마장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말과의 오랜 인연으로 직접 승마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는 최씨에게 대전교구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 지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승마 재활치료를 제안해오면서였다.
“처음에는 말은 고사하고 강아지도 못 만지던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아이들을 승마장으로 보내던 엄마들도 이젠 열혈팬이 되고 말았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던 아이들이 말과 교감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찾게 된 것은 물론 눈에 생기가 돌고 허리 힘도 좋아지면서 걸음걸이까지 바뀌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타고 싶어요.”
방금 말에서 내린 수영(가명·초2)이가 다시 최씨에게 매달린다. 처음 승마장을 찾았을 때 말 근처에도 가지 못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먼저 말을 챙기며 먹이도 주고 할 정도로 변했다. 다른 아이들도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승마장 가는 날만을 기다릴 정도가 됐다.
이런 아이들의 변화는 최씨의 노력과 아울러 나누려는 마음가짐이 밑거름이 됐다. 승마의 효과를 몸소 체험한 그는 자신의 수업시간에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교육을 하는가 하면, 성인지체장애인들을 대상으로도 무료 승마재활 치료를 해 호평을 얻는 등 알게 모르게 적잖은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말에 오르는 이들의 상태를 일일이 점검해 그에 맞는 자세와 운동량을 챙기는 등 꼼꼼한 그의 면모도 호응을 얻는 이유다.
기회가 되는대로 성당에서도 무료 승마체험의 장을 마련해 신앙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선생님, 빨리요. 한번만 더 태워주세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는 최씨는 행복한 고민에 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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