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 보들보들, 매끈매끈, 반질반질, 잘잘.”
여든이 다 된 어르신은 때 아닌 ‘피부자랑’에 신명이 났다. 젊은이를 앉혀놓고 ‘천연비누를 쓰면 피부가 요렇게 된다’고 자랑이 한창이다.
장애어르신 요양시설인 경북 산청 성심원(원장 이건주 수사). 이 시골마을의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는 어르신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비누 만드는 시간’이다. 평균 연령 75세. 무엇을 만들기에 힘이 부칠 만도 한데 어르신들의 손놀림은 젊은이보다 재바르다.
“소일거리로는 비누 만들기가 처음이에요. 아, 재밌죠. 적지만 용돈도 벌고,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맙던지.”
올해 2월, 성심원은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고민하던 중 ‘비누 만들기’를 생각해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고 사회복지사들이 진주까지 찾아가 배워온 것이다. 비누 베이스를 녹이고 틀에 부어 향을 첨가하는 것까지 세세하게 일러드렸다.
처음에는 어려워보였지만 할머니뿐 아니라 할아버지도 자청해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어르신들의 실력은 천연 약초비누를 만들어낼 만큼 ‘수준급’이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통한 판매도 시작했다. 여드름과 민감한 피부에 효과가 좋은 삼백초, 쪽, 진피, 어성초 등 비누 종류만 24가지다.
고 할머니(데레사·76·지체2급)는 “손기능이 떨어지고 나이 많은 우리들이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지금은 멋지게 만든다”며 “일반상품보다 질이 좋은데도 장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사실에 선입견을 가질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비누 만들기 열정은 갈수록 더 뜨겁다. 24가지 한방약초 비누를 만들 수 있게 됐는데도 최근 광주지역 장애인 자활공장 견학을 자청하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이론과 실습교육도 받았다.
문은영 사회복지사는 “이런 어르신사업들이 활성화돼 어르신은 물론 장애인 스스로 사회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자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의 055-973-6966 산청 성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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