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하죠. 학교, 학원에 피곤할텐데 새벽밥 먹고 저렇게 와서 기도하잖아요.”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던지실본당(주임 김학무 신부)의 주일 오전. 교리실 두 개를 초등부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레지오 주회합이 한창이다. 교본을 읽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본당 ‘평화의 모후’ 꾸리아 단장 김삼성(바오로)씨는 ‘예쁘죠’, ‘기특하죠’를 연발한다. 칭찬에는 이유가 있다.
청소년이라고 해봐야 주일학교에 나오는 어린이 20명에 복사단까지 합쳐 채 서른 명도 안 되는 본당에 소년 쁘레시디움이 ‘샛별’, ‘신비로운 장미’, ‘즐거움의 샘’까지 무려 3개다. 활동단원은 28명. 본당 청소년 모두가 레지오 단원인 셈이다. 본당 성인 쁘레시디움이 11개, 활동단원이 85명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샛별은 본당 설립보다 2년 빠른 1990년 모본당인 안성에서 만들어졌고 내년 1000차 주회를 앞두고 있다. 신비로운 장미와 즐거움의 샘도 1994년과 1996년 각각 설립됐다. 어지간한 성인 쁘레시디움보다 선배다.
사실 본당 형편은 갈수록 노령화되는 여느 농촌과 다를 바 없다.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인근 초등학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6~7명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소년 쁘레시디움이 20년 가까이 활발히 활동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본당과 꾸리아, 그리고 부모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보살핌에서 답을 찾는다. 꾸리아에서는 소년 단원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봉헌했다. 쁘레시디움 단장을 비롯해 1명 이상의 성인 단원이 매주 회합에 참석한다. 막 첫 영성체를 한 아이들에게 묵주기도 방법을 알려주고 어려운 기도문에는 해설을 곁들인다. 대중교통이 드문 토요일 저녁 회합 후에는 집까지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것도 성인 단원들의 몫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회합을 위해 성당을 찾는 아이들의 노력에 비하면 이런 봉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부모들도 힘을 보탰다. 자녀가 첫 영성체를 하면 곧바로 레지오 활동을 시작하도록 했다. 꾸리아의 요청이기도 했다. ‘회합은 꼭 가야지’라고 가정에서 먼저 가르치고 아이들을 깨워 함께 성당을 찾았다. 아이들 활동배당도 함께했다. 부모님 일손 돕기, 엄마와 함께 묵주기도 바치기 등은 부모가 함께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김삼성 단장은 “어린이들이 단원 활동을 하면서 몸에 배인 기도와 성모신심은 훗날 어른이 됐을 때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한다. 이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줄어도 쁘레시디움을 해체시키지 않고 지금까지 음으로 양으로 돌보는 것.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벌써 4년째 단원으로 활동하는 이수빈(에디타·샛별 서기)양은 “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매주 회합 때 기도하고 미사 봉헌하는 것이 꼭 해야만 할 일로 여긴다”며 “내년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계속 활동해 천차 주회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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