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할 때면 신자인 경우, 가끔은 ‘당신에게 하느님은 어떤 모습인가요?’하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두루뭉슬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담 분야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하느님에 대한 생생한 묘사입니다. 즉 하느님에 대한 분명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자신 안에 생생하게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하느님과의 관계 역시 깊게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모습이 두루뭉슬하다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역시 두루뭉슬해 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불렀던 예수님은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 우리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시고, 악에서 구해 달라’라고 생생하게 기도함으로써 하느님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나의 경우를 보면, 하느님은 “나는 너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벗이라 부르겠다.”(요한15.15)고 말씀하신 그 ‘벗 느낌’, 쉽게 말해서 ‘친구’를 만나듯 그렇게 만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친구 느낌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으면 그분은 언제나 친구처럼 나를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일상 안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도 잘 헤아려주시면서, 그분 먼저 늘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기도하려는 그 순간, 마음 속에서 웃음이 나오고, 기도 내내 즐겁기도 합니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만날 때 느끼는 그 느낌 그대로 말입니다.
예전에 어느 수녀회 열흘 피정 지도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고해성사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나의 친구 주님을 고해소에 들어오시는 모든 수녀님들에게 안내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면서 내 자신 스스로가 행복했었습니다. 고해소는 나의 친구 주님을 다른 모든 분들이 편안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해 주는, 정말 행복한 공간입니다.
벗으로 오시는 내 친구 주님 안에 조용히 잠겨 미소 지으며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시간으로서의 기도! 생생한 하느님 체험은 외롭고 힘든 우리네 인생에서 마르지 않는 미소와 영적인 기운을 충전하게 됩니다. 생동감 있는 주님의 모습을 간직한다는 것은 신앙인으로 살기에 정말 즐거움을 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