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一食)이’
요즘 남자가 집에서 밥 먹는 횟수를 가지고 일식, 이식, 삼식이라 하여 집에서 삼시 세 끼를 다 먹으면 삼식(三食)이고, 한 끼도 안 먹으면 무식(無食)이라 하며 남자들의 대외활동과 연관하여 부인들이 남편 수발드는 척도로 이야기하는 농담이 있나봅니다.
저는 지난 10월 임명받아 이제 갓 한 달 남짓 지나간 새내기 본당 총회장입니다. 저는 드러낼만한 출중한 능력이나 자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신부님의 제의가 있었을 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부르심에 ‘예’라고 답한 이유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또 이런 저런 봉사를 하면서 ‘만일 그때 그 자리를 피했더라면 아예 신앙을 포기하거나 숨어 지내야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게 부족한 나머지는 저를 믿고 맡겨 주신 주님의 은총과 함께하는 다른 봉사자들로 인해 채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목위원이 참석하는 1박 2일 피정을 주관하랴, 내년도에 봉헌하게 될 성전봉헌 계획 및 2010년도 사목계획 수립에 관여하랴, 직장생활도 게을리할 수도 없는 입장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시간이 지나갈 때는 ‘아! 이 직책이 옆에서 볼 때와 달리 보통 힘든 역할이 아니구나’ 실감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이 직책을 맡기 전에는 레지오 주회나 가끔씩 있는 밖에서의 모임 외에는 아침은 물론, 저녁만큼은 가급적 집에서 해결하려 하여 왔던 이식(二食)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당수의 저녁을 직장에서 해결하고 성당으로 달려 가야하며, 심지어 주말에도 점심과 저녁을 본당 활동을 하는 단체나 봉사자들과 어울려 해결하게 되는 횟수가 많다 보니 그야말로 농담으로 하는 일식(一食)이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밥맛은 좋아 아침은 빠짐없이 챙겨먹으니 무식(無食)이는 아닌 것 같은데. 삼시 세끼 꼬박 꼬박 집 밥 축내는 삼식(三食)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이런 은총을 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어쨌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고 기왕에 하는 일이라면 데살로니카 1서의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는 말씀과 함께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감사하면서 봉사하려 합니다. 주님! 처음 마음 변치 않도록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