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가톨릭 문화, 대중 곁으로 성큼
뮤지컬 이마고데이, 전국 2만 관객 동원 ‘흥행’
한국 가톨릭 문화 ‘다양화’ ‘대중화’ 두드러져
올 한 해 교회 문화계 활동은 ‘다양화’와 ‘대중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음악과 미술 분야에 치중돼 있던 교회문화는 올해 다양한 장르에서 날개를 달고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이와 더불어 교회문화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한 교계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졌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교회 안팎으로 기념할 일들이 많았다. 지난 해 6월부터 이어져 온 ‘바오로 해’를 비롯 사제의 해, 하이든 서거 200주년, 멘델스존 탄생 200주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등 교회 안팎의 기념행사가 다양했던 만큼 문화공연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바오로 해’를 기념해 창작, 제작된 가톨릭 뮤지컬 ‘이마고 데이(Imago Dei)’의 흥행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문화사목의 새로운 역사를 만든 이마고 데이는 지난해 10월 제주교구에서의 초연을 시작으로 서울, 광주, 부산, 울산 등 전국을 순회공연을 통해 2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지난 4월 27일에는 서울대교구 서서울지역 교구장대리 조규만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100회 공연 및 관객 2만 명 돌파 기념 헌정식을 봉헌하기도 했다. 이후 뮤지컬 이마고 데이 제작진은 가톨릭문화기획사 IMD를 설립, 사제의 해를 맞아 기획한 연극 ‘마음을 주었습니다’를 무대에 올려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가톨릭 미술 공모전도 가톨릭 문화의 대중화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순교’를 주제로 한 가톨릭 미술 공모전이 첫 번째 수상자를 내놓았다. 총상금 2억 5000만 원으로 국내 미술 공모전 최대 상금 규모로 화제를 모은 공모전인 만큼 미술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창작의 열풍은 교회음악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발족한 한국가톨릭작곡가 협회는 6월 창립미사를 봉헌한데 이어 12월에는 두 번째 성음악 발표회를 열어 창작 성가곡과 기악곡 등 다양한 창작곡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의 합창단인 가톨릭합창단은 고 김수환 추기경 추모 음악회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에서 작곡가 양문희씨(마리아 도미니카 마자렐로)의 창작곡 ‘엘레지Ⅱ-혜화동 할아버지’를 선보여 김 추기경에 대한 추모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교회 단체는 아니지만 국내 유수의 합창단이 하이든과 멘델스존을 기념하기 위한 음악회를 다수 마련해 대중들에게 가톨릭 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렸고, 안중근 의사의 삶과 애국심을 조명하는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 등이 제작돼 신앙인으로서의 안중근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특히 문화사목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교계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지난 9월 7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한국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 지침」을 발간했다. 지침서 발간은 200년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교회 고유의 문화유산들을 보존,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이에 앞서 서울대교구는 교구 내 본당과 기관을 대상으로 교회 미술품 소장현황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교회 미술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절한 보존을 위한 기초단계로서 한국교회 미술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가톨릭 문화영성교육의 발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가톨릭 화랑이 폐관되면서 교회 내에서는 유일한 가톨릭 화랑인 평화화랑이 5월 27일 정진석 추기경 주례로 축복식을 봉헌하고 확장, 재개관을 했다. 문화의 복음화를 지향하며 지난 2000년 개관한 화랑은 신자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종교 미술의 메카로 떠올랐다.
가톨릭 문화단체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가나아트센터에서 기념 특별전을 마련했으며, 가톨릭남성합창단 울바우가 올해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KBS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 출판
교계 출판계, 추모 물결 이어져
경기침체에도 단행본·시리즈물 꾸준히 출간
저술 보다 번역서 비중 높은 것은 ‘아쉬움’
2009년 한 해 교회 출판계는 꾸준한 길을 걸으며 나름대로의 활로를 모색했다. 특히 경기침체와 맞물린 전반적인 출판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다양한 단행본과 시리즈물을 선보이며 신자들의 신앙적 성숙을 도모했다.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저서보다는 번역서의 비중이 높았던 점은 지난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1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교회 출판계의 주요 동향을 짚어본다.
올해는 특히 큰 별이 많이 떨어진 가운데 그들을 추모하는 물결이 출판계까지 이어졌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바보 별님」, 「바보가 바보들에게」 등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신앙을 기리는 도서가 잇달아 출간됐으며, 고 장영희(마리아) 교수의 유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출간 즉시 국내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 김대중(토마스 모어)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유스토) 전 대통령의 저서들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바오로 해’가 폐막하고 ‘사제의 해’가 개막하면서 관련 도서들도 봇물을 이뤘다. 교계 출판사들은 6월을 기점으로 성 바오로 사도 및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를 다룬 다양한 서적들을 선보이며 특별희년의 은총을 더욱 풍요롭게 채웠다.
이와 함께 103위 시성 25주년을 맞아 「103위 성인의 탄생 이야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 「103위 순교성인과 함께하는 30일 묵상」, 「성인 남종삼과 그 일가의 천주신앙」등 관련 도서들도 주목을 받았다.
교회 출판계의 영원한 화두, ‘성경’과 관련한 도서들도 매달 쏟아져 나왔다. 올해는 성경 해설서는 물론 성경공부 교재, 어린이 및 어르신들을 위한 성경 등 독자층에 따른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성서와함께는 「성서사십주간」 전정판(전 7권)을 새로 선보였으며, 생활성서사는 「성경의 길을 따른 여정 첫걸음」 시리즈(전 4권)를 완간했다.
학술서적의 출간도 꾸준히 이어졌다. 김승혜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를 펴냈으며,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뮈텔 주교 일기」(전 8권)와 「브뤼기에르 주교 여행기」를 완간하며 교회사 연구에 큰 획을 그었다. 또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은 「여성, 천주교와 만나다」를 단행본으로 엮고, 방효익 신부(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는 「십자가의 성 요한」 저작 4권에 대한 번역을 마무리했다.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소장 차동엽 신부)는 사목자들을 위한 전문 월간지 「사목정보」의 영어판을 창간해 교회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순교자성월’을 지내며 성지순례 안내서의 출간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한국교회의 성지와 사적지를 백과사전식으로 소개한 「순교의 맥을 찾아서」, 「한국의 성지 순교자의 발자취」, 「꽃이 되어 가신 님 빛이 되어 오시네」 등이 차례로 출간되며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안셀름 그륀을 비롯해 소노 아야코, 토머스 머튼, 헨리 나웬, 스즈키 히데코, 엔도 슈사쿠 등 세계적인 가톨릭 작가들의 작품들도 차례로 번역 출간되며 종교서적 분야 스테디셀러의 명맥을 이었다.
가톨릭 서원의 개원 소식도 연이어 들려왔다. 분도출판사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에 새 서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명동시대를 열었으며, 성 바오로딸 수도회는 서강대학교 내 예수회센터 1층에 열다섯 번째 바오로딸 서원을 개장했다. 또 도서출판 기쁜소식은 올 12월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경사를 누렸다.
가톨릭 문인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박완서(정혜 엘리사벳)·김후란(크리스티나)·신달자(엘리사벳)·김형영(스테파노)·김종철(아우구스티노)·공지영(마리아)·공선옥(마리아 막달레나) 씨 등 우리시대 최고의 작가들이 저작을 선보이며 입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고 구상(세례자 요한) 시인의 탄생 90주년 및 선종 5주기를 맞아 ‘구상문학상’이 제정됐다.
가톨릭신문사가 주관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올해로 제12회를 맞으며 그 권위와 명성을 더했다. 수상작에는 시인 김종철 씨의 시집 「못의 귀향」과 소설가 공선옥 씨의 소설집 「명랑한 밤길」이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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