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해보다도 하느님 나라 건설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한해였다. 그 열정만큼 열매도 컸다.
▨ 장기기증 열풍
올 한 해 사회사목의 활동의 도화선은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김운회 주교)가 최근 발표한 ‘2009년 장기기증희망자 현황통계’에 따르면 장기기증 희망자 수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시점(2009년 2월 16일)을 기준으로 크게 증가해, 11월 10일 기준 3만88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지 약 10일이 지난 2월 27일부터 보건복지가족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등과 함께 ‘장기기증 범국민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고, 4월 6일에는 서울 명동성당 앞에 ‘한마음한몸 장기기증센터’를 열었다.
이러한 장기기증 열기는 대구, 광주, 마산, 대전, 청주, 춘천 등 전국 각 교구로 이어졌으며, 개신교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불교 생명나눔실천본부 등 타종교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특히 군?정부부처?기업 등으로도 퍼져나가 교회 안팎으로 가톨릭 사랑 결집의 저력을 보여줬다.
▨ 가난한 이들 위한 우선적 선택
▲용산참사의 아픔을 가슴으로…
교회는 지난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 유가족을 돌보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우선적 사랑’을 몸소 실천했다. 서울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이강서 신부)는 2월 8일 용산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정의구현사제단은 1월 31일 용산참사현장에서 촛불평화미사를 봉헌하고, 6월 2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용산참사 현장 폭력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운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대리)는 6월 3일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으며,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도 평화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유가족 위로 공연을 펼치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보에 동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비정규직’ 문제로도 이어졌다. 2008년 2월 ‘비정규직 보호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첫 성명서를 발표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는 2009년에도 그 후속작업을 진행했다. 9월 11일 임시총회를 열어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한 연구보고서를 처음으로 내놓았고, 10월 16일에는 토론회를 열어 비정규직 노동자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허윤진 신부)도 8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법’의 폐해에 대해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관계 총서 첫 자료집인 ‘2009 전반기 노동현황’을 통해 비정규직을 비롯한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 교회의 가르침을 정리해 주교회의 및 각 교구 본당 기관에 배포했다.
▨ 살아 숨쉬는 모든 이를 위하여
사형제도폐지를 위한 노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됐다. 주교회의 정평위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생명 존엄성 공감대 확산을 위해 생명 단편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개최했던 지난해에 이어 수필 공모전과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사형제도 폐지운동의 저변 확대를 꾀했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이’를 주제로 9월 7일~11월 6일까지 실시된 생명 수필 공모전은 사형폐지에 대한 범국민적 긍정적 여론 조성에 기여했다.
또 ‘사형폐지주간’을 통해 생명 문화를 향한 범국민적 의지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한국교회 주교단을 비롯한 신자 10만481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접수해 생명문화 건설을 위해 힘을 모아나갈 뜻을 천명했다.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맞아 11월 30일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생명의 빛을 밝히는 ‘시티 오브 라이츠(City of Lights)’ 행사도 있었다.
▨ 새터민을 북한 복음화의 협력자로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는 각종 행사를 통해 새터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5월 1일 경기도 안성 새터민 정착 지원시설 ‘하나원’에 새 천주교실(경당) 축복식을 마련해 한꺼번에 100여 명의 새터민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 됐다.
‘새터민-북한 복음화의 협력자’라는 주제로 연 제12차 민족화해 가톨릭 네트워크(11월 12~13일)에서도 기존의 학술세미나 형식을 탈피해 직접 새터민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새터민 정착 지원을 위한 교회 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되새김과 동시에, 새터민을 통일 후 북한 복음화의 협력자, 통일의 주역으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서울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최창화 몬시뇰)는 9월 12일 새터민의 귀촌·귀농을 돕기 위한 ‘농촌 이주 및 생산협동 조합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하 농촌 이주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2월 15일에는 주교회의 민화위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공동주관으로 새터민 성탄 잔치를 계획하고 새터민 100명을 초청해 기쁜 성탄을 준비할 계획이다.
▨ 유기적 사회안전망 구축 노력
본당을 거점으로 한 사회사목 활성화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이사장 김운회 주교)는 지구·본당들의 사회 속 교회로서의 역할 수행을 돕고자 2009년 12월~2010년 6월 ‘본당지원사업’을 전개키로 했다. 12월 3일 서울 7지구 연대(노원, 상계, 상계2동 등 총 8개 본당 참여)를 비롯한 21개 본당의 22개 사업을 선정, 총 5000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해 지구 및 본당 사회사목 활성화 지원에 본격 나섰다. 이로써 사회복지회를 중심으로한 보다 유기적인 사회안전망이 본당을 거점으로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을 위한 교회의 특별한 사랑은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담당 이성원 신부)는 10월 28일 서울시내 20개 본당에 ‘서울형 데이케어(Day-Care)센터’를 설치키로 서울시와 협약을 맺었다. ‘서울형 데이케어 센터’는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치매 및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을 하루 동안 돌보는 주간·야간 노인복지 시설로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노인복지프로그램의 하나다. 이로써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이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본당 데이케어 센터에서 보호받게 됐다.
▨ 4대강 사업 저지 운동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교회의 사목적 노력은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주교회의 정평위 환경소위원회는 ‘정부의 4대강 정책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주제로 전국 교구 순회교육을 마련하고, 5월 28일 광주대교구를 시작으로 수원, 대구, 부산, 안동, 서울 등에서 생태복음화교육을 실시했다. 또 4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만화 책자를 발간하고, 성경과 사회교리문헌 등을 인용해 ‘4대강 사업 저지운동’의 당위성을 담았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9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환경사목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 환경단체 및 남녀수도회 대표 등 40여 명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12월 8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를 발족하고, 하느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교회의 힘을 모으기로 했다.
▨ 그치지 않는 노력들
이 밖에도 소외된 이웃에 대한 교회의 사랑은 다양화·구체화·세분화 돼 사회 곳곳에 전해졌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재·출소자 자녀를 위한 장학사업을 시작했고, 별관을 신축해 해밀모임(살해피해자 가족모임) 사랑방을 마련했다. 또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는 결혼 실패 후 힘겨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그룹홈 ‘마리공동체’를 국내 최초로 마련하는 등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삶의 개선을 돕는데 앞장섰다.
또 올해 초 서울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강혁준 신부)가 총 532쪽 분량의 ‘공무 수행원들의 조직생활 적응과 자체사고예방을 위한 H.A.T(Happy Art Therapy) 프로그램 현황 자료집’을 발간해 효과적인 경찰사목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교회 내에서는 물론 종교·세대·국적을 불문하고 범사회적으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수확한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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