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교구 순교자 박상근 마티아
경상도 문경에서 아전을 지낸 ▲박상근(마티아)은 중년에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관청에 있었으므로 신자들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도움을 주던 그는 비신자 어린이들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세를 주기도 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박상근은 곧바로 체포돼 상주로 끌려갔다. 문초와 형벌이 이어지자 그는 ‘천주교를 봉행한다’고 명백하게 신앙을 증거했으며 어떠한 위협과 형벌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때 상주 옥에는 문경 인근에서 끌려온 교우들이 많이 있었다. 박상근은 함께 있던 교우들에게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자’고 권면했고, 많은 교우들이 용기를 얻어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1867년 1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병인치명사적 1권은 박상근이 순교하기 직전 성호를 긋고 예수 마리아를 불렀다고 전하고 있다.
▧ 마산교구 순교자들
▲김기량(펠릭스 베드로)은 최양업 신부의 서한에서도 언급되는 순교자다. 1816년 제주 섬 함덕리의 중인 집안에서 탄생, 배를 타고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1857년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말았다.
그 후 한 달이 지나 김기량은 중국의 광동 해역에서 영국 배에 구조된다. 동료들은 탈진해 죽은 상태였다.
이후 그는 홍콩 파리 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로 보내졌으며, 프랑스 선교사들과 조선 신학생 이 바울리노를 만나게 됐다.
바울리노는 김기량을 만난 다음날부터 천주교 교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도 마음이 쏠려 신앙심이 깊어졌다. 1857년 홍콩의 부대표인 루세이유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조선으로 귀국한 그는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기 전 페롱 신부와 최양업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제주의 복음화를 위해 애쓴 김기량은 1866년 병인박해 때 무역하러 갔던 통영에서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체포됐다.
호된 매질을 당해도 목숨이 붙어있자 관장은 그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1867년 1월, 김기량의 나이 51세였다. 관장은 그의 가슴 위에 대못을 박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정찬문(안토니오)과 ▲윤봉문(요셉)은 모두 진주에서 순교한 하느님의 종이다.
1863년 부인으로부터 천주교 신앙을 배운 정찬문은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던 가을, 진주 포졸들에게 체포됐다. 옥에서 끌려나와 무수히 매를 맞고도 신앙을 증거해 다시 옥으로 끌려들어가던 어느 날 밤, 그는 숨을 거뒀다. 1867년 1월 25일이다.
정찬문이 순교한 뒤 시신은 3일 동안 옥에 버려져 있었다. 이후 그의 조카들이 시신을 거둬 장사를 지냈는데, 그때까지도 그의 몸이 굳지 않았고 얼굴에 화색이 있어 ‘산 사람’과 같았다고 한다.
경상도 담임 로베르 신부가 “저는 운 좋게도 이 거룩한 순교자를 친밀하게 알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를 제게서 빼앗아 가셨지만, 그것은 당신의 충실한 벗들에게만 주시는 영광을 그에게 주시려 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던 진주에서 순교한 또 다른 하느님의 종 윤봉문은 1888년 4월 1일로 순교했다.
함안에서 순교한 ▲구한선(타데오)은 성 다블뤼 주교로부터 세례를 받고 리델 신부의 복사로 선택돼 거제도 전교에 동행한 적도 있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됐지만 주요 교리를 설명한 글을 적어 관장의 부인에게 전하는 꿋꿋한 면모를 보이기까지 했다.
화가 난 관장이 심한 매질을 명령했는데도 구한선은 ‘아프다’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관장이 이유를 묻자 그는 “늙으신 어머니가 문 밖에 있을 터인데, 신음 소리를 내면 어머니가 기절하실 것이므로 신음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관장이 “그러면 어찌해 천주교를 신봉하였느냐?”고 묻자 그는 “부모에게 효도를 하라고 가르치므로 천주교를 신봉했습니다”라 대답했다고 한다.
모진 형벌을 당한 구한선은 석방돼 집으로 돌아왔지만 형벌로 인해 7일 만에 22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순교한 뒤 그의 이마에는 ‘품(品)’자 모양의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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