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 후 식탁에서 벌어진 열 두 제자의 반응을 그린 것으로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에 그려져 있다.
놀라움, 의심, 두려움, 걱정…. 제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을 것이다. 신약성경을 읽어나가다 보면 제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임을 알 수 있다. 토마스는 의심이 많았고, 베드로는 성질이 불같았으며, 마태오는 침착하고 지적이었다. 다빈치는 이들 각자의 기질이 예수의 말씀 후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이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열두 제자들을 그리기 위해 인간의 다양한 얼굴 생김새와 표정을 관찰하였다. “얼굴의 굴곡이 심하고 깊은 사람은 동물적이고 본능적이며, 이유 없이 화를 잘 낸다”라고 쓴 그의 비망록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두개골의 형태에 따라 관상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해부학 실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림을 위해 해부학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다빈치는 두개골을 면밀히 연구한 후 그 형태에 따라 제자들의 생김새를 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거기에 맞는 반응을 얼굴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했다. 이를 위해 성경을 읽고 열두 사도들의 성격을 일일이 파악한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사도들의 모습을 보면 성 토마스는 예수의 바로 오른편에 앉아서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반문하고 있다.
“배신자가 누구일까?”
의심이 많은 토마스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 명료한 제스처다.
열두 제자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요한과 베드로 그리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는 예수의 왼편에 그렸으며 이들 중 예수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스승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복음저자 요한이다.
성격이 불같았던 베드로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려는 듯 요한의 귀에 대고 배신자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다. 성격이 급했던 그는 스승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이를 대변하려는 듯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베드로 바로 옆에 있는 배반자 유다는 열두 제자의 회계 담당이었으므로 돈 주머니를 들고 있는데 이는 그가 스승을 은전 30량에 팔 것을 예고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르네상스 화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수학적 원근법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그림이 그려진 벽면은 마치 실제의 벽면이 이어지는 것처럼 환영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원근법의 소실점은 바로 그리스도의 머리이다.
이 작품은 밀라노에 있는 다빈치의 원작을 당시와 동일한 기법과 안료를 사용하여 재현한 프레스코화로서 12월 18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 그림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라파엘로의 ‘성모님의 결혼식’, 조토의 ‘동방박사의 경배’ 등 본 코너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위대한 거장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르네상스 프레스코 걸작 재현전’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성화의 본국 이탈리아가 아닌 서울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전시회로서 그동안 원작을 보는 것에 목말라했던 수많은 국내 관람객들이 르네상스 성화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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