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완덕에 도달하는 방법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며’(마르 8,24)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는 것이다. 완덕에 도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선 자기를 버리는 수련을 쌓아야 한다. 이 수련의 필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종파를 초월하여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자기를 버리는 것은 완덕에 도달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이는 머리로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또 영적으로 수련해야 할 필수과목이다.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수련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내용은 모두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자신의 영적 체험과 이미 제시된 영성 수련에 관한, 특히 신비 체험에 관한 이론 체계를 이용하여 ‘하느님의 일치’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발전시켰다. 그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는 성화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런 성인은 사제가 완덕에 도달하기 위하여 사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수련은 자기를 버리는 것이라고 온 저서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하며 강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십자가의 성 요한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가 엄청나게 다른데 그의 가르침을 액면 그래도 지금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서 자기를 버리지 않고 일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몰라도 예수님의 말씀처럼 먼저 자기를 버려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면, 십자가의 성 요한만큼 자신을 잘 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그는 육체적, 무의식적, 심리적, 정신적이고 영적인 주제를 다룬 철학, 인간학 및 신학적 이론체계 그리고 그의 체험을 바탕으로 세세한 부분에서 완전히 자기 자신을 버리고 그리스도와 일치할 수 있도록 신비신학의 체계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그럼 나의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십자가의 성 요한은 먼저 인간을 영혼과 육체로 결합된 것으로 보고 영혼은 상부구조로, 육체는 하부구조로 나누는 고전적인 구분법을 선택한다. 하부구조는 감각적인 활동을 하는 부분으로 내관과 외관으로 나누고 그 힘에는 도전적인 정, 욕정적인 정, 정서, 본욕이 있다고 하였고, 상부구조는 정신적으로 영적인 활동을 하는 부분으로 그 힘에는 지력, 기억력, 의지력이 있다고 하였다. 자기를 버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욕구를 버리는 것이다.
* 이 글은 가톨릭대 출판부의 「신학과 사상」 44호(2003년 여름)에 실린 김기화 신부의 ‘현대사제의 영성’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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