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 교회 문화유산은 교회가 복음화, 교육 그리고 자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축적해 온 중요한 세습자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유산인 동시에 우리민족 고유의 유산입니다.”
최근 「한국천주교 문화유산 보존관리 지침」을 발표한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교회 문화유산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이와 더불어 지침서 발간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일반 규범과 기본수칙을 제시한 것이므로 각 교구 단위로 문화(유산)위원회를 구성, 활용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적인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주교는 지침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는 각 교구와 본당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교회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는 전체 교회의 문제만이 아닌 본당 사목자와 신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라고 인식할 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현장의 실무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문화위원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교구에서 요청한다면 위원회에서는 워크숍, 담당자 교육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무엇보다도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 한국교회가 교회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2000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교황청을 비롯 세계 여러 교회에서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2001년)하면서 교회 유산에 대한 조사와 등록도 조금씩 진행됐다. 결정적으로 교황청 문화재위원회의 권고(2004년)에 따라 문화위원회는 발 빠르게 교회 문화유산 보존관리지침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보존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비해 한국교회의 문화유산 보존관리 체계는 이제 자리를 잡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교황청 문화재위원회가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는 교회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그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보호·진흥에 힘써야 한다’는 권고를 보내옴에 따라 위원회는 4년간의 준비 작업을 걸쳐 이번 지침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이 주교는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회 문화유산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가 오래된 본당들은 대개 인물 및 행사 위주로 본당사를 편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교회건축과 유물, 교회미술에 대해서는 단 몇 줄의 설명에 그치거나 아예 누락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회 건축물이나 유물에 대한 기록물이 남겨져 있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보관상태 또한 심각한 수준이 많았다. 이 주교는 유물급에 속하는 전례용품이 창고에 방치돼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옛것보다는 새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소중한 우리교회의 무화유산을 훼손시키기도 합니다. 오래된 성당 건축을 전문가 자문 없이 보수하거나 성 미술품을 임의로 교체하는 본당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 지침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교회 문화유산의 보존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세칙과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주교는 교회 문화유산 별로 가치를 평가해 등급에 따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각 교구별, 본당별 문화유산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춰, 보존 관리 실태는 물론 분포 현황까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침서 작업을 진행해 준 위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교회 문화유산의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된다면 한국 천주교회 문화유산의 가치는 높이는 동시에 관련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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